126일째, 엄마 없는 일상을 살아가며

그렇게나마 엄마를 기억한다

by 주현정

사랑은, 때로 너무 늦게 도착한다.

126일 전, 나는 엄마를 떠나보냈다. 그 후로 매일 조금씩 엄마의 흔적을 되짚으며 살아간다. 맞춤법 틀린 문자들, 그 오타 가득한 안부 속에 담긴 진심을 이제야 알아본다.


장례식이 끝난 지 126일. 나는 다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엄마는 이제 더 이상 곁에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의 부재가 더 실감 난다. 몹시 그리운 날이면, 나는 핸드폰 속에서 엄마를 찾는다. 그렇게나마 엄마를 느낀다.


며칠 전, 딸아이가 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울 엄마❤’라 저장된 문자를 열었다. 간간이 들여다보곤 했지만, 대낮 놀이터 벤치에서 불쑥 마주한 엄마의 문자에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금방 눈앞이 흐려졌다.


엄마가 보내온 수많은 메시지에 내 답장은 거의 없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왜 답을 안 했을까?”
그렁그렁한 눈으로, 옆에서 아이들과 아이스크림을 먹던 남편에게 물었다.
“전화했겠지. 여보는 원래 귀찮아서 문자보다 전화하잖아.”
느닷없이 울음을 터뜨린 아내에게, 그는 다정하게 답했다.
“그랬겠지? 전화했겠지? 엄마 혼자만 계속 보내진 않았을 거야…”


“엄마, 또 울어요?”
큰딸이 내 눈물을 보고 물었다.
“응, 할머니가 보고 싶어서 그래. 하늘에 잘 계실 텐데… 오늘따라 눈물이 나네.”


맞춤법이 틀리고 오타가 가득한 문자들. 작년 생일 때 주고받은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항암 치료로 힘들던 엄마를 위해, 좋아하던 것들만 모아 박스 한가득 선물했었다. 음식을 잘 드시지 못했기에, “이건 맛있다”라고 하시던 것들을 기억해 모조리 담았다. 그리고 그 사진을 엄마께 보냈다.

“우리 엄마 생일 선물이에요.”
“고마워. 우리 딸뿐이네. 시간 지나면 다 갚아줄게. 조금…”

그때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지 못했다. 퇴원만 하면 괜찮아질 거라, 나도, 엄마도, 그럴 줄로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문자를 주고받은 그날은 엄마의 장례식이 있던 날로부터 고작 6개월 전이었다.


엄마는 평생 당신에게 100원도 아끼며 사셨다. 동네에선 구두쇠로 소문난 분이셨지만, 결국 그렇게 악착같이 모아둔 모든 것을 우리 자식들에게 나눠주고 떠나셨다. 어쩌면 그게 “시간 지나면 다 갚아줄게”라는 말의 다른 방식이었을까. 해준 것도 없는 자식에게 끝까지 무엇인가 더 해주고 싶었던 부모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 후 엄마의 문자에는 오타가 점점 늘어 있었다. 손이 떨려 문자조차 힘들다던 말. 그 메시지를 보고 나는 전화를 했을까? 답한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것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매일 토하며 마약으로 고통을 견디던 엄마. 나는 그때 전화를 했었을까? 무심했던 나의 모습이 지금도 가슴을 저민다.


나는 엄마가 감정을 표현 못 하는 사람이라 믿었다.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수많은 문자 속에는 엄마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100점도 모자란 150점짜리 딸이야.”
“최고야.”
“잘하고 있어.”
“사랑해.”


엄마와 주고받은 메시지함은 사랑 고백으로 가득했다. 한데, 왜 그때는 느끼지 못했을까. 말로 직접 하지 않아서였을까? 내가 너무 무심해서였을까? 엄마는 세 자식을 사무치게 사랑하고 있었다.


나는 이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 엄마를 그리워할 시간, 엄마의 사랑을 더 깊이 새길 시간. 그래서 이제 나는 일상 속에 엄마를 두려 한다. 눈물이 나면, 그대로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라도 평생 엄마를 기억하려 한다.


너무 늦게 엄마의 사랑을 알아버린 못난 딸이지만, 오늘도 나는 엄마의 추억을 꺼내본다.

6월 18일, 오늘 같은 날씨엔
엄마는 무슨 옷을 입으셨을까.
무엇을 하고 싶어 하셨을까.
나는 엄마의 웃음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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