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ㄹㄱㅅ

by 혜진

“엄마는 오르가슴을 43살에 느꼈어”


내 나이 39살에 엄마로부터 오르가슴이란 단어를 듣고 말았다. 유방암 수술을 받고, 정확하게 왼쪽 유방을 아예 제거해 버리는 수술을 받은 지 4일째 되는 날이었다.


바람이라도 쐬고 산책이라도 할 겸, 엄마와 병원 산책로를 걷다가 로비에 있는 카페에서 차 한잔을 하고 있던 중 짝사랑 고백이라도 하듯, 갑작스럽게 ‘오르가슴’이라는 단어를 꺼내셨다.


‘오르가슴’이라는 단어를 알고 계셨던 것도 신기한데, 그 단어를 엄마의 입에서 듣게 되다니, 마시고 있던 차를 겨우 삼켜내고 차마 더 듣고 싶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엄마는 개의치 않으시는 듯했다.


당신이 강력하게 전절제를 하라고 말했던 것이 못내 신경이 쓰이셨던 모양이었다. 39살의 가슴 한쪽이 없는 딸에게 엄마의 오르가슴 고백이 절실히 필요했다 생각하신 듯했다. 혹여나 수술 때문에 딸의 결혼생활에 문제가 생길까, 더 정확히 말해, 달라진 몸 때문에 딸과 사위의 관계가 소원해질까 걱정이 되셨을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영역의 이런 소재는 엄마는 단 한 번도 얘기를 하신 적이 없었다. 오픈 마인드의 세련된 어떤 엄마들은 딸과도 이런 얘기를 할지 모르겠으나, 오픈 마인드도, 세련됨도 내 엄마와는 관련이 없는 것이었다.


43살에 진짜 처음 오르가슴을 느끼셨는지, 왜 그전엔 못 느끼셨는지, 어떻게 해서 그걸 느끼셨는지 등의 질문은 궁금하지도 않았고,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그저 내가 너무 낙심하지 않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온전히 느낄 뿐이었다.


이런 충격적인 얘기는 예전에도 한 번 들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는 신장 수치가 안 좋아 조직검사를 위해 3일간 입원을 하고 있을 때였다. 내 옆자리에는 몸을 거의 가누지 못하는 내 또래의 젊은 환자가 간병인의 간호를 받고 있었다. 어쩌다 그 지경까지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초의 병력이 신장병이었던 것은 분명했다.


간병인이 자신이 돌보는 젊은 환자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다 샛길로 빠지길 수 번 째, 제왕절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뭐 때문에 제왕절개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거의 20년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진 않는다.


내가 역아로 태어났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던 터라 그 순간 엄마에게 왜 엄마는 제왕절개를 하지 않았는지 물어보았다. 어렸을 때 엄마와 이모와 함께 목욕탕을 갈 때마다, 제왕절개를 한 이모의 배가 수술자국으로 가득했던 것을 보며, ‘우리 엄마는 제왕절개를 안 해서 참 다행이구나’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내 나이 스무 살 중반이 다 되어가도록 엄마가 왜 제왕절개를 하지 않았는지 물어본 적이 없었다. 제왕절개는 최후의 수단이자, 막연히 안 좋은 것이라 생각할 뿐이었다.


엄마는 급히 커튼을 치고, 멋쩍은 듯 찡긋하며 속삭였다.

“돈이 없어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S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