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무릎에 애매한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형외과에 가서 각종 검사를 받았다.
러닝머신을 걷는 검사도 있었다.
검사 결과를 보았는데 척추가 틀어지고 걸음걸이 상태도 좋지 않았다.
걸음걸이에 문제가 있어서 오른쪽 무릎에 부담을 주고 있단다.
걸을 때 발바닥 전체에 하중을 줘야 하는데, 뒤꿈치에 하중이 몰리면서 몸의 균형이 깨졌고
그 결과 오른쪽 무릎에 통증이 생긴 상황이다.
몸무게가 늘어난 것도 주요 원인이었다.
갑자기 떠오르는 한 장면.
어렸을 때 집안 할머니에게 인사를 간 적이 있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셨던 할머니는 우리가 찾아가도 일어나지 못하고 앉아 계셨다.
돌아보면, 할머니는 몸무게로 인해 일어나면 무릎이 아프고
일어나지 못하니 살이 더 불어나는 악순환을 겪으셨던 것 같다.
언젠가 몸이 불편해 한의원에 간 적이 있다.
증상의 드라마틱한 완치를 원하는 나의 마음을 간파한 한의사가 말했다.
“이제 환자분 나이는 증상의 ‘완치’가 아닌 현 상태의 ‘유지’를 목표로 삼으셔야 합니다.”
40대만 해도 몸이 안 좋으면 증상이 깨끗하게 나아지는 걸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이제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불편함이 느껴지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모든 증상들이 깨끗하게 사라지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눈이 좀 침침하구나, 귀에 이명이 왔구나.
치아도 잇몸도 예전 같지 않구나.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리는구나.
체지방이 높다 했더니 고지혈증 초기구나.
이대로 가면 당뇨도 올 수 있다는구나.
어지럼증이 생긴다 했더니 갱년기 증상이구나….’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으면 한두 줄이었던 문제들이 이제는 한 페이지를 거의 가득 채운다.
‘주의’, ‘관찰 요망’, ‘6개월 후 재검 필요’ 등등.
걸음걸이를 고치고 또 고쳤다.
연습하다 보니 뒤꿈치에서 엄지발가락 쪽으로 몸의 하중이 옮겨지는 걸 느꼈다.
걸음걸이 교정이 되기 시작한 거다.
불쑥불쑥 고치기 전 익숙한 걸음걸이로 돌아가지만
문제의 패턴을 알았으니 앞으로도 계속 연습해야 한다.
이제 몸의 상태가 50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다.
다른 방도가 없다.
‘몸이 왜 이러지’에서 ‘삐걱거리는 곳이 하나 더 추가되었구나’로 마음을 바꾼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체중계에 올라간다.
몸매 관리가 목적이 아니다.
몸무게가 늘어나면 바로 건강검진 결과지에 한 줄이 늘어난다.
계단을 오르고 케틀벨을 흔들고 플랭크를 한다.
먹는 음식을 바꾸거나 줄여본다.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는 기분이 이럴까?
넘어지면 일어나고 넘어지면 또 일어나고.
넘어져야 하는 상황을 문제 삼지 않고 그저 걸음마를 연습하는….
나이 오십에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의 마음이 되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