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구 교체 도전기

by 이곰

싱크대를 비추던 전구 두 개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뚝 꺼졌다.
잠시 망설였다.

'교체할까, 말까?'
하지만 나머지 하나가 있다.
어차피 이사할 건데. 그냥 버티자.


그렇게 2년.


그러다 결국 하나 남은 전구도 꺼졌다.
그래도 교체하지 않았다.
이번엔 '거실 조명으로 버티자'
여전히 이유는 같았다.

좀 이따 이사 갈 테니까.


사실 버틴 데엔 이유가 있었다.
전구를 덮고 있는 덮개가 1미터짜리 유리다.

플라스틱 소재가 아니라 탈부착이 어렵다.
잘못 건드리다 깨지면 난장판이 될 수 있다.


사람을 부르면 간단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집에 오는 게 부담스럽다.

그래서 또 버틴다.

그 눔의 이사 핑계를 대며.


그런데 이사 가는 게 귀찮아

6년째 살고 있는 즈음에 생각했다.

'계속 이렇게 살 순 없다!!!'


덮개 잠금 나사가 양쪽에 하나씩 있다.
한쪽 나사만 풀고 유리판을 살짝 뒤로 뺀 후

전구를 교체하면 될 것 같다.
시뮬레이션 완료.


계획대로 조심스럽게 시작했다.
덮개의 한쪽 나사를 풀고 고장 난 전구 하나를 빼고 다시 나사를 돌렸다.

손바닥에 식은땀이 맺혔다.

다른 쪽도 같은 방법으로 진행 완료

'해 보니 별거 아니네'

이렇게 별 거 아닌 걸 몇 년을 미루고 어둠 속에서 살았나 싶다.


그리고 새 전구 세팅 시작!

그런데 사고 발생.
조심스럽게 돌려 빼내던 나사 하나를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또르르' 나사는 바닥으로 굴러가고

나는 양손으로 유리 덮개를 받치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국.
그러나 집엔 나 혼자 있고
문제 해결은 오롯이 내 몫이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유리를 잠깐 놓고 재빨리 나사를 주울까?
손을 살짝 놓아보니 덮개 한쪽이 아래쪽으로 기운다.
조여진 나사 하나가 덮개를 지탱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조여진 나사 하나도 풀어 유리 덮개를 양손으로 잡아

바닥에 내려놓는 방법뿐이다.

심호흡을 하고 조여진 나머지 나사를 풀었다.

그리고 덮개를 양손으로 잡았다.


그런데....


의외로 덮개가 너무 가볍다.
소재가 유리이고 길이가 길어 교체하다 문제가 생길까 미뤄온건데

걱정의 크기가 무색할 만큼 가볍다.

그렇게 위기 상황은 정리되고

새 전구도 무사히 설치했다.


전구 두 개 교체한 이야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쓰나 싶을 거다.
그런데 내게 꺼진 전구 두 개는

일상의 답답한 지점이었다.


귀찮아서, 겁나서, 어차피 이사 갈 텐데.
이런 이유로 몇 년을 미뤘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허탈할 정도로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인생의 크고 작은 일들도 그렇지 않을까?

주저하다 막상 해보며 생각한다.
'왜 안 된다고만 생각했지?'


그래서 일단 해보는 게 맞다.

해보고 안 되면 ‘아 안 되는구나’ 하고 포기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안 해보면 포기할 기회도 없다.

시도해 보지 않으면 버킷리스트 길이만 길어질 뿐이다.


글을 쓰는 중간중간 싱크대를 비추는 전등을 켜고 꺼본다.
밝은 싱크대를 보니 마음도 환해진다.
십 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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