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세상, 그럼 나는?

by 이곰

대형마트에서 처음 키오스크를 만났던 날이 떠오른다.


‘헉, 이건 뭐지?’


계산대에 직원이 있어야 할 자리에 떡하니 서 있는 기계 앞에서 잠시 당황했다.

오십대인 나도 이런데

나이많은 어르신들은 돈이 있어도 물건을 사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책에서 읽었던 구절이 떠오른다.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은 변화에 잘 적응하는 사람이다.’

당시에도 ‘맞는 말이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지금 하는 끄덕임의 무게는 그때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나이가 들면 익숙한 것을 가까이 하고 낯선 것을 멀리한다.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것도 어렵다.

모르면 물으면 되는데 묻지 않는다.

두려움은 커지고 용기는 줄어든다.


대신 내가 아는 것이 맞다고, 최선이라고 우기기 쉽다.

우기면 우길수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곁을 떠난다.

기존의 삶의 방식을 지키려 하면 할수록 사람도 떠나고 외로워진다.


변화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일상도 불편해진다.

김밥에 떡볶이를 사 먹으려 해도 키오스크가 서 있다.

‘배우지 않으면 밥도 못 사 먹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낯설더라도 돋보기를 쓰고 키오스크 앞에 서서 모니터를 꾹꾹 눌러본다.

은행 업무도 PC에서 하던 걸 스마트폰 앱으로 해본다.

새로운 금융상품을 공부해보고 소액이라도 투자해본다.


나를 둘러싼 일상은 앞으로 더 숨 가쁘게 변할 것이다.

모든 변화에 대응할 필요는 없다.

정확히 말하면, 모든 변화에 대응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살아가는데 필요한 변화와 기술은 공부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주저하고 두려워만 하다가는 까딱하면 집 안에 갇혀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


어느날 조카 휴대폰 사진폴더에서 글자를 씌여진 사진을 발견했다.

신기해서 배우고 싶었다.

물어볼까 말까 한참 망설이다 물어봤는데

조카는 눈을 반짝거리며 신나게 알려주었다.

고모는 그것도 모르냐며 핀잔 주면 어쩌지 했는데 친절하게 알려주니 순간 맥이 빠졌다.


‘진작 물어볼 걸.’


누군가의 가사 한 구절이 떠오른다.


“보이는 그대로 믿기 싫어서 믿고 싶은 대로 보기 시작해

외로워지는 지름길인데, 괴로워지는 기름칠인데.”


사람들은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질문하는 이에게는 의외로 관대하다.

대신 모르면서 본인이 맞다고 고집 부리는 사람 곁은 미련없이 떠난다.

나는 어떤 부류의 사람일까.

뒤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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