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을수록, 몸을 움직입니다

by 이곰

난 일상 속에서 짬짬이 명상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번뇌나 망상이 올라오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호흡의 오고 감을 느껴 본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게 된다.

명상이란 결국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상황으로 돌아오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로 돌아오면 눈앞의 일에 더 몰입할 수 있고

내 앞의 상황에도 또렷하게 대응할 수 있다.


명상이라고 하면 흔히 앉아서 하는 좌선을 떠올리지만 형태는 다양하다.
누워서 하는 와선도 있고 걷기 명상도 있다.
방식은 달라도 핵심은 같다.
흩어지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현재의 호흡과 감각을 바라보는 일이다.


동적인 명상도 가능하다.
아침에 이를 닦을 때 치약을 짜고 칫솔질을 하는 행위에 마음을 머물게 해 보면
부산스럽던 아침이 한결 가벼워진다.
정돈된 상태에서 하루를 시작하면 주변이 분주해도 중심을 잃지 않게 된다.


운동을 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동작을 수행하면서 몸의 움직임과 감각을 온전히 바라본다.
새로운 동작을 배울 때 자연스럽게 더 집중하게 된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더 조심하고 동작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게 된다.


코치의 시연을 따라 몸을 움직이다 보면
정적인 명상과 비슷한 고요함이 찾아온다.
떠다니던 생각들이 잠시 잦아들고 현재의 동작만 또렷하게 남는다.


하지만 동작에 익숙해지면 이내 상황이 달라진다.
이미 아는 동작이라는 생각과 함께 마음은 다른 곳으로 향한다.
주변 사람과 비교하거나 부러움 같은 감정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운동의 재미도 줄고

집중력도 흐트러져 부상 위험까지 높아진다.


반대로 주변이 사라지고

덤벨의 무게, 숨소리, 몸의 감각만 또렷해지는 순간도 있다.
그런 날의 운동은 몸도 제대로 쓰게 되고 마음도 한결 평온해진다.
운동 시간이 곧 명상이 되는 경험이다.


크로스핏처럼 다양한 동작과 도구를 경험하는 운동은 특히 그렇다.
익숙해질 만하면 새로운 동작이 등장하고

그때마다 몰입의 시간이 새롭게 만들어진다.

그래서 내게 운동은 체력을 기르는 시간을 넘어

마음을 정돈하는 또 하나의 명상 방법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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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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