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 하이록스 출전 준비기' 마무리

by 이곰


대회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러닝 연습도 꾸준히 하고 내가 맡은 종목도 차분히 준비했다.

좋은 경험을 위한 출전이었지만 막상 준비하다 보니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 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운동을 하려고 집을 나섰는데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가끔 겪는 증상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는데 이번에는 결이 달랐다.

기분이 싸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다시 걸었는데 몸이 순간 휘청했다.


분명 앞으로 걷고 있는데 몸이 오른쪽으로 쏠리는 것 같았다.

간신히 건물 벽을 짚고 서서 증상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걸음이 흔들리자 공포가 밀려왔다.

잠시 괜찮아진 듯해 다시 걸었지만 비슷한 증상이 반복됐다.

단순한 어지럼증이 아니었다.


'뇌졸중인가?'


증상이 내가 어디서 들은 뇌졸중 증세와 비슷했다.


무서움에 근처 응급실을 찾기 시작했다.

택시를 타고 응급실에 도착해 증상을 설명하고 응급 뇌 CT 촬영을 했다.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다행히 뇌 질환은 아니라는 결과를 들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다음 날 여기저기 정밀 검사를 받고 다시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리고 나온 진단명은

바로 '이석증'.


'이석증? 내가??'


중년 이후 이석증이 흔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게 나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보통 이석증은 아침에 일어날 때 천장이 빙글 도는 증상이 많다는데

나는 활동 중에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으로 증세가 나타났다.


'귀에 문제가 생기면 그렇게 끔찍한 증상이 생기는구나'


뇌질환이 아니라 다행이다 싶었지만

이석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순간 맥이 빠졌다.

이석증 치료를 받은 후 의사는 당분간 운동은 피하고 충분히 안정하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하이록스 대회 출전은 사실상 물 건너 갔구나 싶었다.

그동안 준비한 시간들이 떠올랐다.

내가 빠지면 대회를 같이 준비한 팀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이 밀려왔다.

다행히 대회 참가권 양도가 가능했고 다른 사람이 대신 출전하게 되었다.

아쉬움은 컸지만 팀에 부담을 주지 않게 된 점은 다행이었다.


그래도 마음은 복잡 미묘했다.

준비해 온 시간들이 한순간 멈춰버린 느낌이었다.

허탈했고 아쉬웠다.


하지만 시간이 좀 흐르니 생각이 바뀌었다.

대회에 나가지 못했을 뿐이지 나는 준비 과정 자체를 즐기면 준비했다.

새롭게 러닝을 시작했고 다양한 훈련도 해 보았다.

결과가 없다고 해서 과정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이록스 대회 출전은 못했지만 국내에 비슷한 대회가 새롭게 생겨나는 추세다.

몸을 회복하면 다시 도전할 기회도 많을 거다.


이번 준비 기간은

내가 여전히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해 주고 싶다.


"그동안 수고 많았어, 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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