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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섷잠몽 Feb 06. 2023

세자매 리뷰

제목부터 끌렸다. 친누나와 사촌 누나 틈에 자라서 그런지 모른다. 초등학교 1학년때까지 누나들과 자라서 나의 발달 과정은 여아에 가까웠다. 그래서 어쩌다 세 자매인 사람들을 만나면 호기심이 발동한다. 각자 성격은 어떨까. 셋이 만나면 뭐하고 놀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영화 속의 세 자매는 성격이 다 다르다. 첫째는 착하고 친절하다. 남에게 싫은 말, 거북한 말을 하지 못한다. 말보다 미소가 앞선다. 둘째는 완벽하며, 차갑고 세련됐다. 강단있고 매섭다. 생각과 말보다 눈빛이 앞선다. 셋째는 자유분방하고, 열정적이며, 야성적이다. 일단 감정부터 터트린다.


누나들과 놀 때면 나는 애교도 부리고 장난도 쳤는데 그럴 때마다 누나들의 반응은 달랐다. 우리 누나는 내 애교에 반 박자 느린 태도로 씩 웃었고 사촌 누나는 높은 톤의 음색으로 말부터 꺼냈다. "귀여워"라고. 그러곤 내 손을 잡고 덩실거렸다. 우리 누나가 말없이 나를 안아주는 사람이라면 사촌 누나는 내 손을 잡고 나와 춤추는 사람이었다.


세 자매는 자라면서 아버지의 폭력을 겪는다. 그럼에도 상처를 공유하지 못한 채 마음 깊숙이 묻어둔다. 첫째는 상냥하다.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착한 사람 순종적인 사람이 된 듯하다. 막나가는 딸 앞에서 말 한마디 못하고 유순하다. 하지만 밤이 되면 장미 가시로 스스로를 자해하고 광기 어린 웃음을 짓는다.

둘째는 완벽함으로 절대 실수하지 않는다. 남편이 바람 필 때조차 감정 한 번 안드러내고 맞선다. 아버지 앞에선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았던 사람처럼.

셋째는 폭발한다. 말할 때도 말을 토하고, 새아들의 부모 상담이 거절됐을 땐 '나도 엄마'라면서 실제로 바닥에 토한다. 뭘 하든 쏟아내는 사람이다. 마치 나 좀 봐달라고.


셋은 서로를 모른다. 그리고 싫어한다. 누구는 바보 같아 싫고 누구는 아버지 닮아서 싫고 누구는 민폐 끼치게 막나가서 싫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상처도 보지 못한다.


아파트가 재개발 되면서 사촌 누나와 떨어졌다. 삼촌네 가족은 아파트로 이사하고 우리집은 빌라에서 반지하로 이사갔다. 사촌들과는 그래도 자주 보긴 했지만 어딘지 남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반지하로 들어간 누나와 나는 같은 상처를 겪은 남매가 되었다.


누구의 잘못이냐를 따지는 건 이제 아무 의미도 없다.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누나는 누나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 겪은 폭력과 슬픔이 맞물리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그렇게 상처 받았다. 누나는 그 시절 내게 상처를 줬다며 미안해했지만 이제와 내겐 아무 상관이 없다.


세 자매의 아버지는 술만 먹으면 폭력을 일삼는 사람이었다. 예수님을 만나 회개하고 새 사람이 되었는데, 딸들은 여전히 아버지가 어렵다. 특히 넷째 막내 아들에겐. 아버지의 생신날, 가족들이 모두 모여있는 가운데 막내는 아버지의 얼굴에 오줌을 싸버린다. "당신 때문이야" "당신때문이야"라면서.


둘째는 막내의 뺨을 때리고, 첫째는 어린 시절처럼 상처 받은 막내를 감싼다. 셋째는 '언니 아버지랑 똑같아‘라며 울부짖는다. 그리고 장로인 아버지가 목사님부터 챙기려 할 때에 둘째가 외친다.


"사과하세요"

"우리한테 사과하세요" 라고.


첫째의 딸이 말한다. 왜 이렇게 어른들이 사과를 못해요. 그리고 엄마인 첫째가 암에 걸렸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첫째를 붙잡고 울고 아버지는 유리창에 머리찧어버린다. 피가 머리를 적신다.


그시절 내가 반지방에서 겪은 일을 돌아켜보면, 어떻게 해도 어쩔 수 없는 비극이란 생각이 든다. 인간은 자신이 가진 것과 갖지 못한 것에 종속된다. 자기 유전자, 부모가 준 양육 환경, 사회 환경. 더 잘하고 싶어도 잘하지 못하고, 잘못하고 있어도 깨닫지 못한다.


그래도, 나는 누나 좋은데?라고 말했다. 어린 내가 무서움에 떨면서 “누나 옆으로 가도 돼?”라고 물으면 누나는 옆자리를 내어줬으니까. 그리고 양산백전을 읽어줬으니까. 그것으로 된 것이다. 어떤 사랑은 아주 사소한 일에도 영원이 지속된다.


세 자매는 아버지 생신에서 감정을 토해낸다. 그리고 바닷가에 가서 다시 웃으면서 옛이야기를 한다. "둘째 언니는 정말 아버지 닮았어." "나만 그러니 우리 다 그래."


수직적인 폭력은 비극이지만 수평적인 사랑은 가능하다고 나는 그렇게 믿는다. 다정함과 사랑. 순진할지 몰라도 내가 갖고 싶은 생존 방식이다.

사실 좋아요 사랑해요 보단 개싫다 진짜싫다 속으로 백 번은 말하지만. 그래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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