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그래서 제가 적당히 일해야 한다고 말했잖아요." 케이가 나에게 말했다.
케이는 나보다 사회 선배로, 호주에서 꽤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그는 호주에서 사회생활을 하며 한 가지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회사 생활은 적당히만 하면 돼요. 너무 못하지도, 너무 잘하지도 말고, 평균에서 왔다 갔다 하면 충분해요." 이것이 케이의 주장이다.
오늘 나는 근무 일정을 담당하는 팀을 찾아갔다.
며칠 전, 담당자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3월부터 새벽 근무로 배정해 주겠다"라고 했는데, 여전히 3월 근무표에는 오후 근무로 배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문득 케이의 말이 떠올랐다.
"적당히만 하세요. 너무 못하지도, 너무 잘하지도 말고요."
호주에서 오랜 사회생활을 한 케이가 해 준 조언이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 조언이 맞는것 같다. 처음에는 케이의 조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성실하게 일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호주에서는 열심히 하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업무가 주어졌다. 그래서 딜레마에 빠진다.일 중독아니면 누가 일을 더하고 싶을까?
나의 경우도 다른 파트타임 운전사들과 비교했을 때, 아무 문제 없이 자연스럽게 근무가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내가 일을 너무 잘해서 오히려 그게 문제다. 트램 운전사라면 누구나 새벽 근무가 오후 근무보다 수월하다는 것을 안다. 우선, 새벽 근무는 6시 30분에 보통 시작한다. 아침 시간대에는 학생들의 등교 시간이 제각각이고,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도 다양하다. 그래서 보통 7시부터 9시까지 적당히 붐비는 수준이다. 그래서 오후 근무보다는 조금 여유롭다.
하지만 오후 근무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오후 근무는 보통 2시 30분에 시작하는데, 근무 시작과 동시에 교통 체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왜냐하면,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픽업하러 가기 위해 학교 근처에 차를 주차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학교가 동시에 3시 30분에 하교하니, 이 시간대는 정말 정신이 없다. 한 시간 정도 학생들을 실어 나르고 나면, 곧바로 어른들의 퇴근 러시가 시작된다. 퇴근길은 보통 7시 30분, 때로는 그 이후까지도 정신없이 바쁘다. 결국, 오후 근무는 그야말로 '끝없는 러시'의 연속이다. 그래서 그들은 베테랑 근무자들이 오후에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다.
회사는 내가 오후 시간대에 필요하다.
내가 보통 운전사들보다 일을 더 잘하기 때문이다.
빠르고, 정확하고, 실수 없이.
하지만,
그건 회사의 필요일 뿐이다.
회사의 편리함이지, 나의 삶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모든 사람이 열심히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호주에서 직장 생활의 기본 원칙은 ‘적당히’다.
나는 ‘행복이’를 위해 새벽 근무를 선택한다.
회사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 아이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든지,
그것은 각자의 선택이다.
단 한 가지. 그것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새벽 근무든, 오후 근무든 상관없이
언제나 최선을 다해 일을 할 것이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하루를 마치고,
‘오늘도 잘했다’는 뿌듯함을 가슴에 안고 싶기 때문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