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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또 적응해야 한다.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by Ding 맬번니언

우리는 수많은 스캠(사기)을 겪으면서 점점 사람을 믿지 않게 된다. 나도 확실히 40이 넘으니 그렇게 되어버렸다. 작은 의심에서 시작해 결국엔 신뢰 자체를 조심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음 나를 위해 절반만 믿는다.

최근 회사에서 새벽 근무로 스케줄이 변경되면서, 오는 3월부터 새로운 근무 패턴에 적응해야 한다. 이 변화는 나에게 여러 장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단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목요일에 하루 쉬고 토요일에 일을 하게 된 것. 그동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을 하고 주말은 쉬었다. 하지만 이제 돌아오는 3월부터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행복이의 토요일 스포츠 경기를 직접 볼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그동안 토요일이면 코트나 경기장에서 행복이를 응원하던 시간이 이제는 사라진다. 아이가 땀을 흘리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때로는 아쉬워하고, 때로는 기뻐하며 함께했던 순간들. 그런 시간을 이제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 행복이가 골을 넣을 때, 힘들어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을 때, 그리고 경기가 끝난 후 벤치에서 친구들과 웃으며 대화할 때. 그런 장면들을 직접 보지 못하고, 대신 결과만 전해 듣는 입장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경험하게 되면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아마도 더 아쉬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담당자가 월요일부터 금요일 근무로 편성해 주겠다고 했다. 나도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결국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나는 오후반에서 새벽 근무로 변경되기까지 2년 넘게 기다렸다. 드디어 원하는 근무 패턴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스케줄이 나오고 보니 완벽하지 않았다. 토요일 근무가 포함되면서 행복이의 스포츠 경기를 직접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이 근무가 정말 최선인지, 또 얼마나 기다려야 원하는 스케줄을 가질 수 있을지. 처음부터 정확하게 조정되었더라면 좋았겠지만, 회사에서 정해준 일정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다시 몇 년을 기다릴 수도 없다. 한창 자라는 아이의 중요한 순간들을 지켜볼 기회는 지금뿐이니까. 나는 회사가 이 상황을 다시 조정해 주길 바라고 있지만,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기다리는 것에 지쳤다.


하지만 또 적응해야 한다. 어른들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원하는 대로 삶을 살 수 없을 때가 많다. 특히 일과 가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결국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지금은 새벽 근무에 적응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새로운 스케줄에 맞춰 생활 패턴을 바꾸고, 체력을 조절하고, 부족한 수면 시간도 어떻게든 관리해야 한다. 토요일 근무로 인해 행복이의 스포츠 경기를 직접 보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이 우선이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가끔은 원치 않는 선택을 하면서도, 어떻게든 적응하고, 버티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야 내일이 또 찾아 오기 때문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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