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크란 축제는 토요일부터 시작해 월요일까지, 총 3일간 이어졌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우리에게는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이번 여행에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바로 송크란 축제였다.
우리는 방콕의 여러 축제 장소 중에서도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으로 소문난 실롬(Silom)으로 향했다. BTS 살라댕(Sala Daeng) 역 인근 도로는 이미 차량이 전면 통제되어 있었고, 거리는 온통 물을 뿌리고 맞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누구든 이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전쟁 아닌 전쟁이 시작되는 셈이었다.
축제를 본격적으로 즐기기 위해 우리는 각자 물총을 하나씩 들고, 옷도 송크란용으로 갈아입고 나섰다. 처음엔 조금 낯설었지만, 이내 마음껏 물을 쏘고 맞으며 낯선 이들과도 웃고 장난치는 이 분위기에 푹 빠져들었다.
어른도, 아이도, 외국인도, 현지인도 모두가 경계 없이 하나가 되는 그 풍경은 방콕의 여름을 가장 뜨겁고 시원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송크란은 단순한 물축제가 아니었다. 그건 새해를 맞이하며 지난해의 불운을 씻어내고, 서로에게 축복을 전하는 태국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전통이었다.
우리는 실롬 거리 한복판에서 그 마음을, 그 전통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 월요일 밤에 우리는 특별한 송크란의 마무리를 위해 반얀트리 호텔에서 운영하는 차트란 리버 크루즈 디너(Chao Phraya River Cruise Dinner)에 탑승하기로 했다. 한껏 차려입고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아이콘 시암 선착장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콘 시암 역시 여전히 한창 송크란 축제의 열기 속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방에서 물이 튀고, 사람들은 흥에 겨워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크루즈를 위해 준비해 온 우리의 옷차림은 젖으면 곤란한 상태였다.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쳤다. 송크란은 즐겁지만, 가끔은 예상치 못한 불편함도 동반된다는 걸 잊고 있었구나. 인파를 헤치며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긴 끝에, 우리는 드디어 크루즈 탑승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수고가 무색할 만큼 크루즈는 상상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찬란하게 반짝이는 짠내 어린 강바람 위에서 우리는 정성스레 준비된 저녁을 즐기며 방콕의 밤을 천천히 흘러갔다. 특히, 아이콘 시암에서 펼쳐지는 웅장한 물쇼, 강가를 배경으로 펼쳐진 태국 사원들의 실루엣, 그리고 송크란을 기념한 드론쇼까지 마치 한 편의 공연을 보는 듯한 밤이었다.
이 모든 것이, 송크란 기간 중 크루즈를 예약했기 때문에 누릴 수 있었던 축복 같은 순간이었다. 번잡함을 지나온 자리에, 그토록 잊지 못할 평온함이 찾아왔다.
호텔로 돌아온 밤, 행복이는 깊은 잠에 들었다. 조용해진 방 안, 나는 혼자 소파에 앉아 창밖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이제야 비로소, 마음속에서 조용히 말할 수 있었다.
"이번 송크란은,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날들이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