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국 여행에서 수영복을 입기 위해 오랫동안 다이어트를 해왔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한 다이어트가 호주에 있을 때는 끝내 ‘완성’이라는 말을 붙일 수 없었다. 75kg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태국 여행에 와서야 그 다이어트가 비로소 완성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방콕에서 보내는 나날 동안 정말 많이 걷고, 뛰고, 물을 맞고, 웃고, 움직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몸이 가벼워졌고, 마음도 함께 가벼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나는 수영복을 입었다. 그것도 그냥 수영복이 아니라, 푸껫의 바다를 배경으로 입은 수영복이다. 햇살과 바람, 파도 소리가 배경이 되는 그 순간을 위해 참 오래도 준비해 온 셈이다.
방콕에서의 시간은 뜨겁고도 강렬한 축제였다면, 푸껫은 그에 대한 보상처럼 조금 더 느슨하고 여유로운 여행을 기대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나카 푸껫 리조트(Naka Phuket Resort)이다.
푸른 바다와 맞닿은 조용한 리조트에서, 나는 더 이상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를 즐기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려 한다. 이제는 바다를 바라보며, 조금은 천천히, 그리고 더 깊게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우리의 삶을 들여다볼 시간이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한 가지 확실히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는 이제, 정말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다.나도 모르는 사이 살이 빠지기까지 한것이다. 3일 동안 방콕 송크란 축제를 뛰어다니며 즐기긴 했지만, 마음보다 몸이 훨씬 먼저 지쳐버렸다.
"내가 20대였으면 이쯤은 거뜬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올랐다. 사람들과 함께 물총을 쏘며 웃고 떠들던 순간은 물론 즐거웠지만, 축제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올 때면 내 몸은 마치 오래된 배터리처럼 급격히 방전되어 있었다.
이번 송크란은 분명 최고였지만, 휴가가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휴가가 필요해진 그런 기분이었다. 그래서 푸껫에 도착하자마자 마음을 굳혔다. 이제는 좀 쉬자. 정말 제대로 쉬자. 적당한 타이밍에 도착한 빌라, 조용하고 평화로운 이 공간에서 나는 4박 5일 동안 오롯이 나만의 속도로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계획은 간단하다.
리조트 밖으로는 될 수 있으면 나가지 않고, 그저 수영장을 왔다 갔다 하며, 책을 읽고, 낮잠을 자고, 행복이와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주로 여행 계획이다. 방콕이 '열정'의 여행이었다면, 푸껫은 '회복'의 여행이 될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이곳에서, 나는 다시 내 안의 여유를 충전 중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