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열심히 트램을 몰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운전하는 트램에 갑자기 매니저가 탑승했다. 순간 무슨 문제가 생긴 줄 알고 깜짝 놀랐지만, 알고 보니 매년 한 번씩 있는 운전 점검이었다. 다행히 운행이 끝난 뒤, 매니저는 나에게 "영 씨, 정말 잘하고 있아요."라고 칭찬을 해주었다. 이제는 트램 운전이 더 이상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시간도, 길도, 승객도 이젠 익숙하다. 나도 이 일에 제법 ‘적응’이 되었구나 싶었다.
그런데 아이 키우는 것은 다르다. 5월이 되면 스티븐이 시드니, 골드 코스트, 다낭으로 출장 겸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이에게 애플 워치를 선물했다. 천천히 독립심을 키우기 위한 준비의 일환이었다. 이번 주 월요일부터 워치를 착용하고 학교-집 동선을 스스로 확인하며 움직이는 연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은 친구와 함께 학교 근처 도서관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걸어서 5분 거리, 그리 멀지 않다. 그래서 나는 믿고 기다렸다. 퇴근 후에는 행복이가 풀 문제집 몇 권을 사기 위해 서점까지 다녀왔다.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시작하려는 그 흐름을 도와주고 싶었다. 그런데 학교가 끝나고 갑자기 행복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도서관이 아니라 친구 루크네 집에 간다는 것이다.
계획은 어긋났고, 나는 조금 허탈해졌다. 아이를 키우는 건 이런 것 같다. 일처럼, 익숙해질 틈을 주지 않는다. 나는 10년이 넘은 지금 행복이를 키우는데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생각했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내 인내심과 기대를 시험에 들게 한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는 "아버지, 정말 잘하고 있어요." 이런 말을 누군가에게 듣긴 힘들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아이가 어른이 되어 집을 떠날 때까지는 그런 말을 나 스스로도 나에게 해주기 어려울지 모른다. 오늘도 도서관에 가는 연습을 하고, 집에 와서 문제집을 펼치리라 기대했던 내 마음은, 친구 집에 놀러 가는 데 쓰인 애플 워치의 알림과 함께 툭 하고 꺾였다. 10년을 키우면서 한 가지 배운 것은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끝까지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일 또 아이의 독립을 기대할 것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그렇게 매일 작은 기대와 작은 실망을 반복하며 조금씩 부모가 되어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