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조용히 내 방에 앉아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내가 타고 다니는 EOS는 18년 정도 타고 다녔다. 요즘 나는 차를 바꾸기 위해 전기 차량들을 알아보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기아 EV6가 눈에 들어왔고,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평도 좋아 꽤 진지하게 검색을 하며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나름 집중해서 여러 사이트를 비교하고 있던 그때, 갑자기 스티븐이 아래층에서 큰 소리로 나를 불렀다.
“급한 일이야! 빨리 내려와 봐!”
그 목소리엔 평소와 다른 긴박함이 섞여 있었다.
무슨 일이지? 혹시 다친 건 아닐까?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급히 의자에서 일어나 방 문을 열고, 계단을 거의 뛰듯이 내려갔다. 그런데 도착한 부엌에는 다급하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스티븐과, 날아다니는 새 한 마리가 있었다. 깜짝 놀랐다. 작은 새가 창문을 통해 실수로 집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놀란 새는 방향 감각을 잃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유리창에 계속 부딪히고, 공포에 질린 듯 여기저기 똥을 싸댔다. 극도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틀림없다. 작은 몸이 유리창에 부딪힐 때마다 ‘퍽!’ 하는 소리가 울리고, 그 모습을 보는 나와 스티븐의 얼굴은 점점 더 당황스러워졌다. 무엇보다 새가 다칠까 봐, 그리고 집 안이 난장판이 될까 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결국, 조심스럽게 수건을 들고 새를 구석으로 몰았다. 그리고 겨우 손에 조심스레 감싸 쥐어 문 밖으로 날려 보냈다. 새는 푸드덕 날아올라 멀리 날아갔고, 우리는 그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부엌 바닥에는 작은 새똥 흔적들과 창문에 남은 날갯짓 자국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청소를 하며 스티븐과 나는 한참을 웃었다. 순간 놀라긴 했지만, 오랜만에 생긴 작고 황당한 사건이었다.
그렇게 새를 무사히 밖으로 내보내고, 정리를 마친 뒤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까 중단됐던 EV6 검색을 다시 이어갔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렇게 화면으로만 보는 것보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게 더 빠르고 확실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말이 나온 김에, 스티븐과 함께 집 근처 기아 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시된 차량들 사이를 천천히 둘러보며 EV6를 마주한 순간, 사진으로만 보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실물은 훨씬 세련되고, 묵직한 존재감이 있었다. 외관뿐 아니라 내부도 꽤 고급스럽고, 운전석에 앉아보니 생각보다 안정감이 느껴졌다. 스티븐도 옆에서 조용히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괜찮네. 디자인도, 실내도.”
그런데 막상 가격표(시작가격이 7천만 원)를 마주하니 생각보다 훨씬 비쌌다. 순간 깜짝 놀랐다.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숫자를 확인하는 건 또 다른 일이었다. 이 정도면 ‘마음먹고 큰 결심을 해야 하는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설레었던 마음이 차가운 현실 앞에서 한숨으로 바뀌었다. 결국 우리는 조용히 매장을 나왔다.
차 안으로 들어오자 스티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새 차는 좀 무리일지도 모르겠네. 중고차는 어때? 괜찮은 조건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까.”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은 복잡해졌다. 사실 나는 중고차는 타고 싶지 않았다.
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았기에, 새 차를 구입하고, 그 차와 함께 새로운 시간을 쌓아가고 싶었다.
중고차는 누군가의 지난 시간 속 일부를 받아오는 느낌이 들어 어쩐지 내 마음에는 맞지 않았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금의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삶은
언제나 이상만으로는 채워지지 않기에 내가 원하는 것과 현실적인 선택 사이에서 타협하는 법을
또 배워야 하나 보다 싶었다.
결국 나는 그날 밤, 차 검색창을 열어놓은 채로 한참을 망설였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이고, 지금 필요한 건 무엇인지, 그 사이에서 마음은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