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를 학교에서 픽업한 후, 날씨가 좋아서 치카를 데리고 강아지 공원에 갔다. 오늘의 주인공은 단연 치카였다. 그녀는 공원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꼬리를 흔들며 인사를 건넸고, 낯선 강아지들과도 제법 잘 어울려 놀았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나는 늘 내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오늘 깨달았다. 문제는 영어가 아니라 내 성격이었다. 나는 꽤나 내향적인 사람이다.
46살이 된 지금은 필요한 만큼의 대화,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며 조용히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다고 믿었는데 치카가 그 질서를 흔들어놓기 시작했다. 치카는 모두에게 인사를 하며 다가가고, 그녀 덕분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 강아지 이름이 뭐예요?"
"몇 살이에요?"
"진짜 귀엽네요!"
문제는, 내가 대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옆에 있던 행복이에게 치카에 대한 설명을 넘기려 했다.
그런데 피는 못 속인다고, 행복이는 나보다 더 내향적이다. 말이 많은 ADHD 아이가 왜 이렇게 조용한가 싶었더니, 공원에서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는 상황에선 입을 꾹 다물어버리는 것이다. 치카 퍼피스쿨에서도 그랬다.
참 아이러니하다. 집에서는 말도 많고 에너지 넘치는 아이가, 밖에서는 꼭꼭 숨어버리고, 나는 조용히 살고 싶은데 강아지 덕분에 자꾸 새로운 사람들과 연결된다. 세상은 늘 예상 밖이다.
그리고 그런 예기치 않은 연결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바뀌어 간다.
ADHD를 가진 사람이 내향적일 수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ADHD를 "활동적이고, 말이 많고, 외향적인" 성격과 연결 지어 생각하곤 하지만, 실제로는 ADHD와 내향성은 공존할 수 있다. 그 이유는 ADHD는 에너지의 방향이 아니라 조절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ADHD는 뇌의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에 영향을 주는 신경 발달 장애이다. 즉, 생각, 감정, 행동을 조절하고 집중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는 것이지, 사람 자체가 '외향적'이라는 말과는 전혀 다르다.
행복이는 집에서는 에너지가 넘쳐 폭발하지만, 낯선 공간에 들어서면 누구보다 조용하고 내향적인 아이로 변한다. 그 극명한 차이를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안다. 나는 ADHD를 가진, 내향적인 아이를 키우고 있다.
집에서는 온 방 안을 뛰어다니며 쉴 틈 없이 말을 쏟아내고, 혼자서도 마치 세상이 놀이터인 듯 신나게 논다. 그러나 사람 많은 곳이나 처음 가보는 환경에선 말수가 줄고, 다른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도 조용히 뒤로 숨는다. 한 아이 안에 이렇게 정반대의 세계가 공존할 수 있다는 것.
그걸 매일 직접 목격하고 함께 살아가는 일은, 어렵지만 동시에 놀랍고 사랑스럽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