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라면 오늘은 행복이가 루크네 집에 가는 날이었다. 하지만 루크의 부모님 두 분 다 갑작스레 바빠지면서, 우리가 루크를 픽업하기로 했다. 예정됐던 저녁 약속은 점심으로 바뀌었고, 우리는 자주 찾는 단골 식당에 들러 서로 좋아하는 메뉴를 하나씩 주문했다.
스티븐은 늘 먹는 그 메뉴를 고르고, 우리도 익숙한 맛에 마음을 기댔다.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이번 달 말에 떠날 그리스 여행 이야기가 나왔다. 유럽 여행은 마음만큼이나 비용도 크기에 요즘은 회사에서 추가 근무 요청이 오면 망설임 없이 '예'라고 하고 더 많은 일을 해서 돈을 모아야 할 실정이다. 한번 가는 여행 돈 때문에 하고 싶은 것 덜 하고 싶지는 않다. 내일 쉬는 날인데 추가 근무 요청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흔쾌히 추가근무를 받아드리고 계속 식사를 이어갔다.
하루하루가 여행을 향해 가고 있는 듯해서 요즘 많이 설렌다. 우리는 그 설렘을 공유하며 따뜻한 점심 한 끼로 작은 행복을 나눴다. 점심을 먹고 두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차 안에서 자연스레 간식 이야기가 나왔다.
"감자칩이랑 치킨 먹고 싶어! 슬러시도!"
행복이와 루크, 둘 다 입을 모아 말했다. 나는 속으로 조용히 계산기를 두드렸다. 치킨 6조각에 12.45불, 감자칩 3.45불. 그냥 사면 16불 정도.
하지만 혹시나 싶어 온라인 이벤트를 살펴보니, 운 좋게도 오늘은 치킨과 감자칩 세트가 8불 남짓!
그렇게 8불을 아낄 수 있었다. 이 작은 절약이 괜히 기분 좋게 느껴졌다. 집에 도착한 아이들은 즐겁게 웃으며 간식을 먹었고, 나는 옆에 앉아 남은 음식들을 조용히 정리해 먹었다. 엄마들은 전부 경험해 볼 아이들이 남긴 음식 먹기다.
굳이 먹지 않아도 되는 양이었지만 버리기엔 왠지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그리고 소소한 절약 속에서 하루를 조용히 마무리했다.
조금씩 아끼며 여행 경비를 더 모아보려 한다. 작은 지출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쓰고, 불필요한 소비는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힘들지만, 그만큼 마음은 단단해진다. 그리고 바람대로, 내일은 추가 근무도 하기로 했다. 하루 더 일하면 조금 더 여행 경비를 모을 수 있으니 지금은 조금 힘들어도 여행지에서의 나를 떠올리면 이 모든 게 충분히 버틸 만하다. 조금씩, 천천히, 내가 원하는 시간에 닿아가고 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