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행복이의 대모 줄리엣이 멜버른에 온다. 비즈니스 때문에 오는 길이지만, 나는 그녀에게 어떤 선물을 해주어야 할지 계속 고민했다. 마침 그녀의 첫 손녀가 지난주에 태어났으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또 있을까. 손녀의 이름은 Audry다.
스티븐은 이런 사소한 일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고 그가 잘못했다는 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강점과 약점이 있고,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 다만 그는 이런 식으로 시간을 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극장에서 영화 보는 일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아이들 영화는 더욱 그렇다. 행복이 와도 지난 10년 동안 겨우 두 번밖에 가지 않았다. 그마저도 내가 잔소리를 해서 억지로 간 경우였다. 이번 선물도 마찬가지다. 스티븐이 굳이 사야 하냐는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내가 우겨서 구입했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이런 세심한 배려와 기념은 꼭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지난 10년 동안 행복이 생일 파티를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준비해 온 것이다. 그리고 기억에 남을 생일 파티를 매번 해줬다. 어쩌면 나에겐 이런 사소한 일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의 마음을 잇는 다리 같은 것이다. 그래서 손이 많이 가도, 시간과 돈이 조금 들어도 나는 이런 걸 포기하지 못한다. 나는 이것이 타인을 향한 나만의 사랑 표현법이다.
그래서 행복이가 보고 싶어 하는 영화도 꼭 챙겨서 같이 본다. 결국, 우리 부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람을 대하고 시간을 쓰지만, 그 차이가 서로를 완성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참 신기하다. 겉으로 보기엔 비슷해 보여도,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부분이 있다. 나와 스티븐이 함께 세월을 보낸 지도 19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비슷해져 있지만... 똑같지는 않다.
어떤 이는 사소한 기념일 하나에도 마음을 쏟고, 어떤 이는 그 시간에 다른 더 큰 계획을 세운다. 이 차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의 차이일 뿐이다. 브런치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도 비슷할 것 같다. 어떤 작가님은 심각하게 어떤 작가님은 가볍게 말이다. 그리고 그 차이가 모여 관계를 풍성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사람은 이런 듯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사실이 참 좋다. 그 다름 속에서 배울 것이 있고, 그 다름이 있기에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려 노력하게 된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