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월급날이었다. 이번 달엔 추가 근무를 한 덕분에 평소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았다. 사실하고 싶지 않은 근무였지만, 말일에 있을 여행 경비를 생각하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평소 보 통 이주치 급여는 1,868달러. 이번에는 813달러가 더해져 총 2,681달러를 받았다. 그리고 그 돈의 일부를 보태,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둔 금액으로 디즈니 크루즈 여행비를 오늘 결제했다.
이건 누군가를 위한 소비가 아니었다. 오롯이 내가 좋아서, 내가 원해서 한 선택이었다. 내가 일해서 번 돈을 내 손으로 지키고, 그 돈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건 참 짜릿하다. 내 삶의 주도권이 확실히 내 손에 있다는 느낌, 그 만족감은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이번 달은 조금 달랐다. 여행 경비와 디즈니 크루즈 비용이 한꺼번에 몰려오니 설렘과 부담이 동시에 찾아왔다. 거기에 생활비까지 생각하니 마음속 계산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결국, 피하고 싶었던 추가 근무를 스스로 선택했다. 그 피곤함조차 ‘내가 결정한 일’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후련했다. 그렇게 내 첫 번째 크루즈 여행이 결정 났다.
그리고, 퇴근길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음 주 월요일, 서울 누나 집에 가신다며 얼굴 시술을 받고 싶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자마자 속에서 화가 치밀었다. 요즘 나도 사정이 넉넉지 않다고 말하며, 이번엔 돈을 드릴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엄마는 “나는 꼭 하고 싶다”며, 어떻게든 하실 거라고 했다.
그런 엄마에 말을 듣고 마음이 복잡해졌다. 처음에는 단호했지만, 결국 엄마의 칠순 선물이라 생각하며 백만 원을 송금했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원해서 쓰는 돈과, 누군가의 바람을 위해 쓰는 돈은 전혀 다른 감정을 남긴다는 것을. 그래도 내가 일을 하고 돈을 벌었기에 가능한 선물이라 위안을 삼았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엄마가 덧붙여 이번 주말이 할아버지 생신이라고 하셨지만, 차마 “ 할아버지 용돈도 드릴게요”라는 말은 꺼내지 못했다. 할아버지에게 죄송하지만 할아버지와 엄마는 또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은 단순한 화폐가 아니라, 나와 타인 사이의 거리를 보여주는 관계의 언어이자, 내 삶의 방향을 비추는 거울 같다. 어디에, 어떻게, 누구를 위해 쓰느냐가 곧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아버지를 위해 내일 추가근무를 하기로 했다. 이것은 내 결정으로 할아버지에게 용돈을 보내 드리기로 한 것이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할아버지에게 조금이나만 용돈을 보내드릴 생각을 하니 피곤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추가 근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