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로 돌아오는 동안 나는 일부러 잠을 자지 않았다. 목적은 단순했다. 호주 시간에 최대한 빨리 몸을 맞추고 싶었기 때문이다. 토요일 아침 7시에 파리 숙소에서 떠나 일요일 오후에야 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시계는 저녁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눈꺼풀은 무겁게 감기고, 몸은 긴 비행으로 인해 피로로 지쳐 있었지만, 나는 억지로 버티기로 했다. 밤 9시까지는 깨어 있어야 했다. 그래야 잠자리에 들어서 바로 깊은 잠에 빠지고, 다음 날 새벽에 무리 없이 일어날 수 있을 테니까.
내일은 다시 일상이다. 새벽 6시에 집을 나서야 하고, 그러려면 5시쯤에는 일어나야 한다. 긴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지 단 하루 만에 다시 업무에 복귀하는 것. 여행의 여운을 되새길 여유도 없이, 현실은 거침없이 나를 끌어당겼다.
이것이 아마도 ‘여행자’와 ‘노동자’ 사이의 아이러니일 것이다. 잠시 다른 세계를 살아내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피곤하지만, 이 또한 내가 선택한 삶의 리듬이다.
여행은 언제나 빛으로 기억된다. 새로운 풍경, 설레는 순간, 사진 속에 담긴 웃음들. 이번에도 그랬다. 산토리니의 푸른 지붕, 로즈 섬의 결혼식, 런던의 박물관, 파리의 에펠탑. 그 모든 장면들은 마치 꿈처럼 반짝였다. 나는 그 빛 속에서 잠시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자마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건 그 빛과는 전혀 다른 얼굴의 현실이었다. 스티븐 아버지의 병원 입원 소식. 지난번에는 믿기 힘든 기적 같은 회복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여행의 설렘이 채 가시기도 전에 무거운 그림자가 우리 삶을 덮쳤다.
그때 깨달았다. 인생은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여행이 우리에게 환한 빛을 준다면, 현실은 피할 수 없는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두 세계 사이를 오가며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멈출 수 없다. 여행이 빛이라면, 그 빛은 언젠가 다시 찾아올 그림자를 견디게 하는 힘이 된다. 현실의 무게가 나를 짓누르더라도, 언젠가 다시 떠날 수 있다는 믿음이 삶을 지탱해 준다.
결국 나의 삶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것”
나는 일상 속에서도 낯선 풍경을 발견하려 애쓰고, 여행 속에서도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을 배운다. 그렇게 빛과 그림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