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져버린 테니스 라켓을 대신할 새 라켓을 찾기 위해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인터넷 검색으로 시작해, 직접 세 곳의 매장을 돌아다니며 직원들에게 설명도 듣고 라켓을 하나씩 들어보았다. 평생 제대로운동을 배워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운 세계였다. 테니스 라켓이 이렇게나 다양한 종류가 있고, 손에 쥐는 느낌만으로도 무게와 밸런스가 달라지며, 가격 또한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
그동안 나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실력이 좋으면 어떤 라켓으로도 잘 치는 것 아닌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무지에서 비롯된 생각이었다. 지난주 행복이가 망가진 라켓을 들고 경기에 나가 고전했을 때도, ‘조금만 더 잘 치면 문제가 없을 텐데…’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넘겼다. 하지만 오늘 매장에서 직원들의 설명을 들으며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리고 행복이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좋은 라켓은 아이의 실력을 더 빠르게 향상하고, 무엇보다 잘 맞지 않는 라켓은 손목이나 팔꿈치에 부담을 줘 부상의 위험을 높인다는 것. 아이의 체격, 힘, 스윙 스타일에 따라 라켓은 달라야 한다는 것. 장비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아이의 성장 속도와 즐거움을 결정짓는 ‘환경’이라는 것. 그 말을 들으며 마음 한쪽이 조용히 흔들렸다.
그렇게 아이에게 맞는 좋은 라켓을 고르기 위해 서성이는 동안, 나는 아이의 테니스 실력보다 더 중요한 걸 깨달았다. 아이에게 맞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걸 위해 움직이고 배우는 것 그것이 부모가 해야 하는 또 다른 노력이라는 것을.
오늘 하루 동안 나는 라켓을 고르는 마음으로 아이를 다시 보게 됐다. 행복이가 더 즐겁게, 더 건강하게 운동하길 바라는 마음. 그 마음 하나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바빴다.
그래서 오늘은 라켓보다 더 큰 것을 얻은 날이었다. 아이를 위해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런 마음이 아이의 성장뿐 아니라 나를 부모로서 조금씩 성장시키고 있다는 것.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