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는 스스로 “나는 3등이나 4등 정도”라고 말한다

by Ding 맬번니언

행복이가 운동을 하면서 한 가지가 내 눈에 띄어 그것을 통해 배운 점이 있다. 남자아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안다는 것이다. 지금 테니스 대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토요일마다 열리는 경기에서 대략 10명의 아이들이 출전하는데, 행복이는 스스로 “나는 3등이나 4등 정도”라고 말한다. 저번 주까지 5등으로 경기를 끝냈다.

나는 부모로서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마음이 조금 아팠다. 하지만 경기를 지켜보면 사실 그 말이 객관적인 판단이라는 걸 인정하게 된다. 선수들 사이 실력의 간격이 분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오늘 행복이는 세 번의 싱글 경기를 치렀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전체 경기에서 이겨본 적 없는 1등 아이, 그 아이와는 세트를 따낼 수 있어도 마지막 승리를 가져오지는 못한다.


그리고 나머지 두 경기는 자신보다 실력이 조금 떨어지는 아이들과 붙어서 무난하게 이긴다. 아이들은 알고 있다. 누가 자신보다 빠른지, 누가 더 강하게 치는지, 누가 오늘 이길 가능성이 있는지 말이다.


그리고… 누가 이길 수 없는 상대인지 행동에서 나온다. 아이들이라 더 순수할 것 같지만 오히려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잔인할 만큼 솔직하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마음속에서 스스로에게 순위를 매겨버린다.


그 마음의 벽은 생각보다 높고 단단하다. 나는 부모로서 생각한다.

“행복이가 조금만 더 자신을 믿으면, 마음의 벽을 조금만 더 넘을 수 있다면.”
그 가능성을 누구보다도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런데 미묘하게 재미있는 사실은…

그 마음은 나도 똑같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호주에 살며 20년 가까이 ‘게이’로 살아왔다. 세상은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하지만, 마음속에 남는 감정은 마음대로 지워지지 않는다. 이민 와서 아무리 잘 적응해 온 나라도, 한 번 자리 잡은 느낌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주변과 다르고, 어쩌면 조금은 뒤에 서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말해도, 아무리 스스로를 다독여도, 마음 깊은 곳에서 불쑥 올라오는 창피함과 위축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마음으로 져버리는 것처럼, 나 또한 사회라는 큰 경기장 앞에서 이미 마음속 순위를 정해버린 순간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행복이를 보며 마음속으로 오래 묵은 질문을 마주한다.

“마음의 순위를 바꾸는 일, 그것은 무엇으로부터 시작되는 걸까?”


행복이가 나보다 못하는 아이들을 이기고, 더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저도 꾸준히 경기에 나가고 싶어 하는 모습은 사실 어른인 나에게도 큰 배움이다. 이기니까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지니까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 경기장이 좋고, 그 안에서 뛰는 자신이 좋고, 조금씩 나아가는 느낌이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깨닫는다. 그래서 행복이는 테니스를 좋아한다. 아이들뿐 아니라, 나 역시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는 마음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배운다.


부모들은 모두 비슷하다. 실력이 조금 부족해 보이는 아이를 보면서도
“우리 아이가 이기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버리지 못한다. 내 어머니도 그랬을 것이다.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어딘가에서 평범한 아들이 되기를 바랐을지 모른다. 여자랑 결혼해서 부모가 되는 삶..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원한다고 되는 것이 있고, 원해도 절대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아이의 기질, 정체성,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그 모든 것은 원하는 만큼 바꿀 수 없다. 그러니 결국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그 아이가 자기 마음속 경기에 끝까지 참여하도록 옆에서 응원해 주는 일이다.


행복이가 3등이든 5등이든, 혹은 앞으로 1등이 되지 못하더라도 그것은 우리의 실패가 아니다. 마음의 순위를 스스로 정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작게 만들지 않도록, 그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할 수 있도록 곁에서 조용히 밀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해내기 위해 나는 나 자신과 싸우며 조금씩 마음의 벽을 허물고 있다. 그럼 행복이도 지금 자신의 실력보다 순위를 올리는 그런 날이 찾아올 것이고 나도 조금 더 내 성 정체성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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