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기분이 최악 중의 최악이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유난히 무겁게 들렸다. 하늘은 낮게 내려앉아 있고, 공기는 눅눅하고, 마음은 이상하게 더 가라앉는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이상하다. 어제는 그렇게 행복했는데, 단 하루 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얼마 전에 온천에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며 웃었고, 기타를 배우며 새로운 시작을 다짐했고, 20년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런데 오늘은 아무 일도 특별히 벌어지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깊이 가라앉아 있다. 아마 그것이 인생일 것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기분은 가라앉고, 문제가 생겨서 그럴 수도 있고, 그냥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깨달았다. 이 감정이 글쓰기에도 이렇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인기 작가님들처럼 잘 쓰는 글은 아니었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글이 술술 써졌다. 생각이 막힘없이 이어졌고, 문장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단어들이 서로를 밀어주듯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마음이 막히니 문장도 막히는 것 같다. 글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한 줄을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또 멈춘다. 문장이 안 나오는 게 아니라, 감정이 흐르지 않는 것이다. 이제야 깨닫는다. 브런치를 하며 글이 써지지 않는 날이 있다면, 그날은 내 문장의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것.
글은 생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상태로 쓰는 것 같다. 마음이 열려 있으면 문장도 열린다. 마음이 닫히면 문장도 굳는다. 그래서 오늘은 억지로 잘 쓰려고 하지 않으려고 한다.
문장을 밀어내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내 기분을 먼저 들여다본다.
왜 가라앉았는지,
무엇이 무거운지,
그냥 비 때문인지,
아니면 어제의 여운이 빠져나가면서 생긴 공허인지.
아마 이런 날도 지나갈 것이다. 어제처럼 또 어느 날은 이유 없이 행복해질 것이다.
인생이 그렇듯, 글도 그런 것 같다.
잘 써지는 날이 있고, 써지지 않는 날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나는 나를 조금씩 더 알게 된다. 오늘은 글이 막힌 날이 아니라, 내 마음이 잠시 멈춘 날이라고 조용히 인정해 본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