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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이 넘은 게이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20대 당시 40이 넘으면 게이들은 다 살아지는 줄 알았다.

by Ding 맬번니언

2022년 9월 24일 과거 이야기 (참고로 이 글은 현재 사건이 아닌 과거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코로나가 발생하고 4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오랜만에 다시 먹어보는 엄마 음식이 좋았고 4년 만에 행복이 없이 나 혼자 삶이 좋았다. 옛날에 나로 다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엄마가 나보고 "아들, 너는 하나도 변화 것이 없다"라고 하셨다. 나이만 먹었지 아직도 어린애 같다고 하셨다. 나도 한국에 도착하면서 오랜만에 행복이 아빠가 아닌 엄마의 아들로 돌아갈 수 있어 좋았다. 한국에 있는 동안 나는 엄마에게 막내아들로 오랜만에 어리광도 피우고 엄마가 해주신 맛있는 음식도 엄청 먹었다. 엄마와 식구들이랑 보낸 한 시간, 한 시간이 소중했다. 엄마와 함께 한 시간들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호주에서 오래 살면서 10년 넘게 먹어 본 적이 없는 한국 참외를 오랜만에 먹고 싶었다. 그런데 동네 어디에도 참외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와 함께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백화점에서 참외를 발견하고 소리 질렀다.


"심봤다"


그런데 한 번 더 소리 지르고 말았다. 참외 한 개 가격이 8천 원이나 하는 것이다. 점원에게 물어보니 이런 것을 구입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자신도 가격 보고 놀랬다고 한다. 참외가 지금 끝물이라서 가격이 이렇게 비싼 것이다. 내가 또 언제 참외를 먹을 수 있을까 해서 그 비싼 참외를 구입한다고 하니 점원이 놀래면서 나를 쳐다본다. 비싼 참외라서 그런 것일까? 맛은 좋았다. 참외 맛이 어떤 맛인지 기억하지만 한 입 한 입 아주 천천히 먹었다. 그러면서 참외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또 다른 경험을 하기로 했다.

행복이를 키우면서 7년 이상 새로운 게이친구를 만나 적인 없고 특히 동갑 게이 친구들은 이제 없다. 나는 그래서 한국에 가기 전에 미리 79년 밴드 모임에 가입했다. 너무 오랜만이라서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인 서울로 향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미리 도착한 친구들이 나를 기다렸다. 같이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 식당에 갔고 날씨가 더워서 친구들이 한국인답게 통일해서 음식을 주문하자고 했다. 그래서 물냉면을 먹자고 했는데 나는 호주인(MZ세대는 아니지만 비슷한 사고방식)으로 물냉면보다는 닭이 들어있는 수제비를 먹고 싶었다.


그래서 혼자 그것을 주문했는데 늦게 다른 친구가 합석하면서 그 친구랑 같이 수제비를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 처음 보는 친구들에게 살짝 설렘이 있었다. 친구들이 다들 매력이 넘쳤다. 그렇게 늦은 점심을 먹고 일차 술집으로 향했다.


나는 무엇보다 궁금했다. 40이 넘은 게이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79년 게이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20대 당시 내가 40이 넘으면 게이로써 인생은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게이 친구들을 보니 다들 멋진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커리어에서 정상을 찍은 사람부터 혹은 나처럼 다른 커리어에 도전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40이 넘어지만 각자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고 있었다. 생각보다 사람 사는 것이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몇몇 친구들은 40이라고 믿기지 않는 앳된 외모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보기 좋았다.


그리고 3차로 가라오케에 갔다. 월페이퍼라는 곳으로 내가 20살 때부터 지금까지 장수한 게이 술집이다. 거기서 우리는 우리 시절 노래(핑클?)를 불렀다. 그리고 끼도 부렸다.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20대로 돌아간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처음 만나 친구들이지만 동갑이고 게이라는 이유로 금방 친해졌다. 몇몇은 싱글 생활을 즐기고 있었는데 남편이 있는 내가 그 애들에게 살짝 설렌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나는 이제 이런 기분을 영영 다시는 못 느끼는 줄 알았다.


호주에 행복이 아빠로 한 남자와 오래 살면서 이런 풋풋한 감정은 나에게서 살아진 줄 알았는데 사람을 보고 설레는 이 기분이 좋았다. 20대처럼 무슨 일이 꼭 일어날 필요는 없지만 가슴 떨리는 경험 너무 오랜만에 해본 것 같았다. 모임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았다.


20대 당시를 돌아보면 모든 것이 육체적인 사랑에 맞추어졌다면 40대는 느낌(마음)이면 충분하다. 나는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 아니 우리는 그만큼 나이를 먹은 것 같다. 마음이 간다고 무조건 육체적인 사랑으로 발전할 필요는 없다. 이제는 섹스가 우선순위가 될 나이는 지났다. 그렇게 우리는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놀았다. 나이가 들면 가끔 감동 혹은 셀레는 마음이 그리울 때가 있다. 나처럼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런 감정이 더 그립다. 왜냐하면 나이가 들면서 살아온 세월 동안 경험을 통해 얻는 것이 있는 것처럼 잃어버리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어릴 때 순수함이다. 어릴 때처럼 맹목적으로 사랑에 빠져서 모든 것을 버릴 그런 용기가 없다. 그리고 인생을 살면서 경험을 통해 맹목적인 사랑의 결과가 무조건 좋다는 보장하지 못함을 안다. 40이 넘어서보니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것을 포기하지 못하는 나는 어른들의 세계에 살고 있다. 오랜만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그들 덕분에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79년 동갑생 게이들 덕분에 행복했다.


살짝 어리숙해 보이지만 편안한 차림의 옷을 입고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매력 넘치는 친구,

운동을 열심히 해서 20대 몸을 가지고 있는 몸짱 친구,

호탕한 성격으로 분위기를 주도한 친구,

착한 심성이 좋았던 친구 등 솔직히 전부 다 좋았다.


40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다. 매력적인 친구들을 보니 나도 더 내 개성을 보여 주고 싶은데 아직은 게이 아빠가 내가 가진 전부 같았다. 앞으로 나도 조금 더 열심히 운동도 하고 자기 계발도 하고 살아야겠다. 그래서 다음에 모임에 가면 내가 그들 매력에 빠진 것처럼 그들이 내 매력에 빠지면 좋겠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내 목표가 되었다.


매형이 50이 넘어서 돈이 없으면 어디를 가도 끼워주는 곳이 없다고 하는데 돈도 열심히 벌어야겠다. 50대 게이 정모는 또 어떨지 궁금하다.


호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내가 한국에 남아서 살고 있으면 어떨지 생각해 보았다. 8천 원짜리 참외는 절대로 먹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10년만 다시 먹은 참외 맛은 경험해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작은 행복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 행복이는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사는 수많은 게이들이 있지만 몇몇 싱글게이들처럼 나도 인생을 술과 섹스로 허비하고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혼자서 행복이가 있는 호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생각해 보니 행복이가 나의 인생에 정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내가 왜 열심히 살아야 하고 행복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바로 내가 사랑하는 행복이라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행복이를 지금까지 키우면서 실수도 많이 하고 그 실수를 통해 배우면서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호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마냥 어리광만 피우던 아들에서 한 아이를 책임지고 돌보아야 할 아빠(성인)로 다시 변신 중이다.


2023년 한국에 다녀온 지 벌써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솔직히 호주에 돌아와서 몇 달은 감정을 다스리기가 힘들었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의 아빠가 되고 새로운 일을 하면서 다시 이 글을 읽어보니 그때의 감정들이 정리가 되었다. 나는 그래서 혹시나 이글을 읽을 나보다젊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어릴 때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사랑을 하고 힘들어도 보고 열정적인 삶을 살아요" 왜냐하면 청춘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청춘도 어느 순간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면 청춘은 살아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럼 나처럼 할 수 있는 것보다 못하는 것들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나는 내 몸이 부서지도록 열정적(게이클럽에서부터 섹스까지)으로 살았다. 그리고 괴로워(식구들이 게이라는 것을 받아주지 않아서 힘들었다)했다. 그래서 나는 내 경험으로 불안정한 삶보다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고 좋아한다. 어릴 때 다양한 경험을 해서 성인이 되어 안정 적인 삶이 왜 좋은 지 나처럼 느끼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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