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버리고 싶은 내 성격 중 한 부분을 이야기해야겠다. 나는 그동안 타인의 말을 듣기도 전에 화부터 내고, 말싸움을 해야 할 때 감정만 북받쳐 올라와서 울거나 화만 낸다. 그리고 욱 할 때는 멘털이 그냥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린다. 그런데 또 평상시에는 온순한 양이다. 그러다가 흥분하면 뿔난 늑대로 변해 버리는 나는 급한 성격의 소유자다.
이런 급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나는 무엇이든지 멀리서 바라본 적이 없다. 무엇이든지 어떻게 하든지 제일 앞에서 보려고 하는 버릇이 있는데 결코 좋은 버릇은 아니다. 가끔은 제일 앞에서 보는 기회를 얻지 못하면 그냥 포기하고 돌아선다.
이 버릇은 문제가 발생할 때도 나타나는데 조급한 성격으로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고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내 마음먹은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특히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 문제는 더 그런 것 같다. 내가 그 상황을 컨트롤을 할 수 없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그래서 나에게 너무 힘들다.
아침에 학교에 가는데 제니퍼 반에 올리버가 교실 안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았다. 올리버 엄마에게 안녕이라고 하니 화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면서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다. 나 만큼 그녀에 기분을 이해할 사람은 몬테소리 학교에 또 없을 것이다. 그녀가 조금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무엇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나로 하여금 이런 마음도 들게 하는 구나라는 것을 배웠다. 나는 흑과 백으로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어하는 성격인데 지금 이 순간 그런 나의 원칙이 조금씩 무뎌지고 있다. 내가 우리 가족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측은한 마음이 들다니 내 텃밭 가꾸는 것이 효과를 보는 것 같기도 한다.
참고로 올리버는 제니퍼반에 행복이 친구로 둘이 비슷한 성향으로 친하게 지냈지만 올리버 부모님이 우리 커플을 좋아하지 않았음 그래서 학교 이후에 플레이데이를 하지 못하고 그 이상 친하게 지내지 못함. 오히려 올리버 엄마는 줄리를 도와서 행복이를 학교에서 쫓아내려고 했음
그 모습을 교실 안 창문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제니퍼가 멀리 서있는 나를 쳐다본다. 그녀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 것일까? 그녀는 내가 학교에 남은 것 자체가 불편할 수도 있다.
그녀가 행복이랑 보낸 6개월은 아무 성과가 없었고 행복이는 지금 새로운 반에 잘 적응 중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제니퍼를 신경 쓰지 말자 하는데 아직은 그녀가 신경이 쓰인다. 제니퍼와 나 둘 사이에 풀지 않은 과제가 남은 것처럼 어색한 사이 기는 하다.
그녀는 내가 불편하고, 나는 그녀가 불편한 사이.......
행복이 손을 잡고 마노지니 선생님 반으로 가서 담임 선생님과 간단한 이야기를 하고 나올 때까지 올리버와 올리버 엄마 두 사람이 한참을 실랑이를 벌인다. 나중에 올리버 엄마가 올리버를 손을 잡고 아이를 교실에 밀어 넣는다. 그리고 제니퍼가 올리버 손을 잡고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올리버 엄마는 상당히 화가 나 보였고 그녀는 씩씩거리면서 학교를 빠져나왔다.
사람들이 화를 내는 것은 대부분 기대가 무너진 데서 찾아온다. 부모들은 가끔 자식들에게 너무 많이 집착하고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화를 낸다. 올리버 엄마도 그래서 화를 내는 것이다.
그런 올리버 엄마를 보고 잠깐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아직도 제니퍼 반에 남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솔직히 나도 올리버 엄마와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문제를 멀리서 보니까 조금씩 보인다.
나의 지극히 객관적인 생각이지만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주변 지인 중에 몬테소리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제니퍼와 같이 공부한 엄마를 안다.
그녀는 아이들이 좋아서 공부를 했는데 막상 공부를 하다 보니 생각한 것보다 훨씬 힘들어서 선생님이 되는 것을 포기했다고 한다. 한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은 솔직히 어른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고 그녀에 말이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은 학생을 시작 학부모님 교장 선생님 그리고 학교 동료까지 다양한 사람들에 주목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부담감이 클 것이다. 분명히 제니퍼도 처음 학생을 가르치면서 나와 같은 특이한 학부모님을 만나서 힘들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녀에 행동들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행복이에게 보인 행동은 아직은 용서할 수 없다. 그녀가 나에게 화가 났으면 나에게 이야기를 하고 풀어야 했다.
나는 제니퍼를 보면 늘 화를 내기 위해서 그녀가 저지른 잘못들을 낱낱이 열거하면서 나 스스로 그녀에게 인정을 베풀 가치가 없음을 상기시킨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내 안에 남은 상처가 아직도 나를 괴롭히다. 그럼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까? 그래서 나는 이번에 그녀가 되어 보기로 했다. 만약에 내가 선생님이 된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했을까? 나도 그녀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바로 대답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라면 달랐을까?
인간은 가끔 한 가지 모습만 보고 그 행위를 그 사람 자체와 혼동한다. 나는 그랬다. 그래서 제니퍼가 행복이에게 한 행동으로 그녀는 나의 적이 되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내가 만약 그녀처럼 선생님이라고 과정을 하면 나도 그녀와 비슷한 행동을 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그래서 이제 그녀를 향한 내 마음을 내려놓고 멀리서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그래서 문제 발생 시 가끔은 멀리서 바라보는 제삼자가 훌륭한 답을 내놓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