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와서 행복해지려고 했지만 현실로 돌아온 지금 나는 여전히 아프고 괴롭다. 이것은 내가 아직도 나쁜 감정의 지배를 받고 있으며, 이런 생각과 감정들이 내 마음을 또다시 부정적인 상태로 이끌어 가려고 하기 때문이다.아쉽게도 나는 스님도 신부님도 아니고 한번 마음먹었다고 마음대로 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평범한 사람은 마음먹은다고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처럼 평범한 사람을 위해 마음먹은 것을 도와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니면 매년 새해에 세운 계획처럼 작심삼일이 되고 끝날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 기분을 돌볼 수 있는 방법으로 텃밭을 만들어서 채소를 돌보고 기르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 집에 아직까지 채소를 기르는 공간이 따로 없다. 그래서 행복이와 함께 채소밭을 만들기로 했다. 스티븐이 솜씨 좋게 뒷마당 한 공간에 텃밭 상자를 만들어 주었다. 나무 사이 지지대를 대주고 상자 테두리 안에 흙이랑 거름이랑 뒤섞어서 넣어 주었다. 이 모든 과정을 행복이도 팔 걷어 부치고 열심히 도와주었다.
비참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채소를 돌보면서 내 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좀 더 여유롭고 좀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 그래야지 제니퍼와 관계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동네 화원에 가서 바질, 로지마리, 당근, 상추와 고추를 구입했다. 이렇게 첫 텃밭 가꾸기가 시작되었다. 솔직히 텃밭 가꾸기 초보라서 제일 쉬운 것들로 선택했다. 채소를 선택하는 것처럼 감정도 선택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그럼 나는 착함,너그러움, 인내, 끈기 등을 선택했을 것이다.
대부분 삶을 아파트에서 보내서 텃발을 만드는 과정이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다. 행복이랑 내가 물도 함께 주며 오랜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내가 기다리는 상추와 고추는 너무 작아서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허브들은 상대적으로 빨리 무성하게 자라는 것이 잡초 같이 신기했다. 채소를 직접 길러 보면 건강에도 좋고 보람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
내가 선택한 허브처럼 내 착함도 빨리 자라서 내 몸속에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40이 넘어서 보니 착함은 가끔 다른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기 쉽다는 생각에 제일 신경 쓰지 못했다.이제는 다시 나의 착함을 잘 키워 볼 생각이다.
나는 텃밭에서 식물 가꾸기를 통해 내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식물을 재배하는 과정 속에서 식물과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그러면서 삶이 조금 더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것을 바란다. 그런데 이런 나의 조급함이 또 튀어나온다.내가 아무리 조급하다고 하루 종일 채소를 쳐다보고 있어도 채소는 내 마음처럼 빨리 자라지 않는다. 모든 것은 차분히 때를 기다려야 한다. 채소가 자라는 것을 바라보고 기다림을 통해 나의 조급한 성격이 조금씩 안정되어 가는 것 같기도 한다.
채소를 가꾸다 보면 또한 잡초를 무시 못한다. 나는 그런 잡초를 뽑아서 버리는 것처럼 나의 나쁜 버릇들을 버리고 싶다. 그런데 뽑아서 버린 잡초는 또다시 자란다. 나의 나쁜 버릇들도 그럴 것이다. 그렇지 않으려면 늘 신경 써주어야 한다.마음도 늘 신경 써주자.
내가 텃밭에서 식물을 가꾸는 동안 행복이가 새로운 반에 무사히 잘 적응하고 다음 텀부터 학교에서 드디어 점심을 먹는다.제니퍼반에서 새로운 반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던 문제의 점심이다. 교실에서 점심을 먹느냐 안 먹느냐로 제니퍼랑 그렇게 힘들게 사투를 버렸는데 이제 한시름 놓았다. 이제 채소가 자라는 것처럼 행복이 자랄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