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28일 과거 이야기 (참고로 이 글은 현재 사건이 아닌 과거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아침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다. 화장실 청소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많이 오니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탁자와 의자들을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고 있다. 오늘 우리 집에서 아주 중요한 파티가 열린다. 오늘 파티에 주인공은 행복이가 아니다. 행복이 생일 파티를 무사히 끝나고 우리는 또 다른 파티를 한다. 행복이가 집 안팎을 뛰어다니면서 오늘 하는 파티 때문에 너무 들떠있다. 그러다 행복이가 "아빠, 밖에 사람들이 벌써 왔어" 나는 "행복아, 눈 마주치지 말고 빨리 집안으로 들어와". 그 이유는 아직 파티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엌 벽면을 직접 디자인하고 재료들을 조사해서 찾음
아직 준비할 것도 많고 한 시간 정도 남아서 청소를 하고 있는데 벌써 파티에 온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밖에서 기다리는 것을 알고 그대로 둘 수 없어서 대충 준비를 끝내고 미안한 마음에 집안으로 그들을 초대했다. 그들과 이야기해 보니 한 시간 거리에 떨어진 이쁜 딸을 둔 게이 부부가 거리 계산을 잘못해서 일찍 도착한(한 시간 일찍) 것이다. 딸 이름이 수잔으로 행복이가 수잔하고 놀고 나와 스티븐은 파티 마무리 준비를 끝냈다. 파티를 자주 하면서 느낀 점은 파티에 가장 중요한 것이 날씨이다.
다행히 오늘 날씨도 예술이다. 노랗게 노랗게 물들었네~빨갛게 빨갛게 물들었네~파랑게 파랗게 놓은 하늘 ~가을 길은 고운길 어릴 때 부르던 동요처럼 누가 물감으로 색칠한 것처럼 파란 하늘이 오늘너무 좋다.
10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파티에 참석하니 우리가 정신이 없는 것도 당연하다. 사람들이 많이 오니 공간 활용이 중요하다. 특히 대부분 시간을 밖에서 보내야 하는데 오늘은 날씨까지 완벽하다. 시간에 맞추어 겨우 파티 준비가 끝이 나고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한 시간 일찍 온 부부와 이야기를 했다. 파티 시간이 되니 천천히 사람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현관문
사람들이 집으로 들어오면서 집이 너무 좋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럴 때 기분이 좋다. 그 이유는 나와 스티븐이 집을 직접 디자인하고 재료를 찾고 고쳤기때문이다. 우리 집은 우리 자식 같다. 나와스티븐 손이 안거친데가 없다.
여기도 막힌 공간을 나와 스티븐이 이렇게 업그레이드했다
우리 집은 입구에 들어서면 뒷마당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구조이다. 우선 현관문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오면 집 양 옆에 유리창을 통해 빛이 들어와서 집안을 따뜻하게 비추어 준다. 그리고 계속 부엌이랑 거실을 걸어서 밖으로 나오면 뒷마당과 연결되었다.
나와 스티븐이 행복이를 위해 뒷마당에 준비한 것들이 있는데 밖에서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트램플링부터 신나게 하늘을 향해 올라갈 수 있는 그네 그리고 우리가 몇 달을 걸려서 만든 대형 커비하우스면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든 것을 갖추어 놓았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을 위해 한 공간은 인형과 장난감들을 따로 두었다.
육아에 지친 게이 아빠들은 간단히 와인이나 음료를 즐기면서 각자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 라고 정신이 없다. 우리는 RDV 캠프 이후로 이런 모임을 더욱 자주 가져서 행복이에게 자신과 같은 입장인 아이들과 교류하고 교감하는 날을 만들어 주고 있다.
아이들 소리로 시끌벅적하는데 100명이 넘은 사람 중에 단 한 명도 엄마가 없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참여하는 파티에 아이들과 아빠들만 있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게이 아빠들은 여기 우리 집에 모여서 엄마가 없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런 모습이 낯설 수 있다. 아이는 엄마가 키우고 엄마가 키워야 맞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자라기 때문이다. 엄마가 있는 것은 아이 정서에 좋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하지만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엄마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기 모인 모든 게이 아빠에 마음은 똑같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사랑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은 것이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필요하지만 아빠만 있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상하다고 생각할 사람들이 대부분 있겠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에 모인 게이 아빠들이 비록 다른 백그라이드를 가지고 공통점이라고는 게이아빠라는 것 하나뿐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나는 오늘 여기 모인 아이들이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금보다 조금 더 성장해서 사춘기가 되어 정체성으로 고민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부모가 게이라는 것으로 조금 덜 상처받았으면 좋겠다.
파티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되었고 산타가 "행복이 어린이" 아이들 이름을 부르면 "네"라고 대답하고 그럼 미리 준비한 선물 주었다. 선물 또한 아이들이 성장해서 더 이상 필요 없는 것들로 준비했다. 산타가 이름을 부르면 아이들이 랜덤 하게 뽑아서 가지는 것이다.
행복이가 수많은 게이 아빠와 아이들을 보고 같이 놀고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도 그런 행복이를 보고 더 자주 이런 이벤트를 만들고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막상 해보면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그리고 오늘 또 한 명의 한국 게이 아빠를 만났다. 그 형은 필리핀에서 아이를 입양했는데 나보다 더 젊어 보여서 놀랬다. 형의 이름은 다니엘이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다니엘 형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했지만 이제 내가 아는 한국 게이아빠만 나포함 3명이나 멜버른에 살고 있다.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멜버른에 3명의 한국 출신 게이아빠들은 각자의 사연이 있어 아빠가 되었다. 하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이번에 만난 다니엘 형이랑은 친하게 지내면 좋겠다.솔직히 호주에 한국게이아빠가 몇 명 더 있어도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그럼 전 세계적으로 게이 아빠는 얼마나 많을까? 상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진다. 나는 한동안 내가 유일한 한국게이아빠라고 믿었다. 하지만 나만 게이 아빠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래서 늘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그리고 내 아들 행복이도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면 좋겠다. 그리고 이글을 읽은 당신도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늘 배울 자세가 되어야 한다. 세상에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것들이 엄청 많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