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2일 과거 이야기 (참고로 이 글은 현재 사건이 아닌 과거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기분이 묘하다. 오랜만에 밖에 나가 일을 했다. 몇 년 동안 행복이 육아에 집중하다 보니 사회와 단절된 체 살았다. 그러다 주변 지인을 돕기로 했다. 처음 하는 일이라서 실수할까 봐 긴장이 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곳에서 오는 묘한 떨림과 설렘이 좋았다.
벌써 스티븐이 한 달 정도 주말(토요일, 일요일)에 나 대신 행복이를 돌보고 있다. 스티븐에게 행복이 뒤치다꺼리가 힘들지 않은지 물어보니 지금까지는 할만하다고 한다. 일을 하고 좋은 점은 행복이하고 덜 싸우게 된 것이다. 행복이를 스티븐에게 완전히 맡기고 나니 행복이에 대해서 덜 신경 쓰게 되고 그러다 보니 싸움의 빈도가 점점 줄어들었고, 지난주는 한 번도 행복이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내가 행복이에게 원하는 기대치가 많이 낮아지고 있다. 숙제는 그때그때 끝냈는지 밥은 잘 먹고 군것질은 안 하는지 등등 부담을 내려놓고 나니 마음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행복이 돌보는 것이 내 직업이었다). 그리고 행복이도 지금까지 나랑 모든 것을 다했는데 처음으로 스티븐이 옆에서 챙겨주니 나랑 다른 육아 방식으로 다른 경험도 해보고 한 달 사이 서로 두 사람이 적응을 한 것 같다.
집에만 있으면 나의 세상은 오직 행복이와 스티븐 둘뿐이다. 그래서 행복이와 스티븐에게는 내가 모르는 바깥 생활이 있는데 나는 집에서 비슷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그 둘에게 더욱 집착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일을 하고 나니 나한테도 나만의 사생활이 생겼다. 내가 일하는 곳은 정말 다이내믹 한 사건들이 많이 생긴다. 여기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일하면서 만난 한 남자아이가 생각이 난다. 행복이보다는 작은 남자아이가 엘사 인형을 가지고 샾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홍색 유니콘 모형의 모자를 고른다. 같이 온 부모는 다른 모자를 권유해 보는데 그 아이는 다른 모자를 둘려보다 분홍색 유니콘 모자를 다시 선택한다. 혹시 몰라서 파란색 유니콘 모형 유니콘도 있어 이야기하니 자신은 분홍색 유니콘 모자가 좋다고 한다. 같이 온 부모는 아무 말없이 본홍색 유니콘 모자를 아들에게 사주었다. 호주도 가끔 분홍색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색, 파란색은 남자들이 좋아하는 색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나는 행복이에게 남자도 충분히 분홍색을 좋아해도 되고 나도 분홍색이 좋고 너도 파란색 말고 다른 색도 좋아해도 좋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막상 옷가게를 가도 여자아이들은 대부분 분홍색 옷, 남자는 검정 혹은 파란색뿐이다.머리로 알고 있는것과 실제로 행동에서 차이가 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그 가족이 나가고 다른 한가족이 들어왔는데 이 아이는 오징어 게임 캐릭터 모자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것을 선택했는데 부모가 아니 그것은 안돼. 그럼 얼굴반반 모자는 어때 물어보니 그것도 안 돼 그러면서 부모가 아이에게 너는 어떻게 모자 하나도 고르지 못하니 한다. 이 부모는 자신이 마음에 든 모자를 아이가 고를 때까지 옆에서 안돼, 안돼만 외치고 있었다. 그 두 가족을 보면서 나는 첫 번째 가족처럼 되고 싶다. 부모가 이미 답을 정해 놓고 그 틀에 아이를 끼워 넣으려는 부모는 되고 싶지 않다. 이런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나 자신도 많이 반성을 한다. 남들 신경을 쓰지 말자고 하지만 아직은 그렇게 살고 있지는 못하는 것 같다.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 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남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람이되고싶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되는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 중이다.
일을 하면서 또 좋은 점은 주말마다 스티븐과 행복이 말고 어른의 대화(사회생활)를 맘껏 할 수 있는것이 좋다. 다른 사람들과 교감하고 웃고 떠들고 일이 힘들어도 그것이 너무 좋다. 요즘은 나도 마음이 한 결 여유롭다. 행복이의 칭얼 거름을 한번 더 참을 수 있다. 내가 밖에서 일하는 것이 나에게 안정을 가져다준 것 같다. 대부분 한 가지에 몰두하는 것이 좋은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가끔 부작용도 있는 것 같은데 내가 그런 케이스 같다. 행복이를 돌보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고 잘해 내고 싶어서 지금까지 나는 살짝 오버했다. 행복이를 훌륭하게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고 있다. 나는 행복이에게 살짝 멀어지기로 결정했다. 나의 경우 두 가지 일(행복이 돌보기와 알바)을 하니 오히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아이에게 집착을 하지 않기 시작한것 같다.
그리고 행복이가 많이 자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행복이가 점점 커가면서 내 손이 덜 필요하고 나도 이제 슬슬 행복이를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아이를 믿고 물가에서 놀아도 아이를 믿을 수 있는 그런 아빠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