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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동은의 학교 동문 김경란에 주목했다.

경란이 말고 동은이가 되고 싶다.

by Ding 맬번니언

더 글로리 시즌 2는 문동은의 복수가 시원하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나는 문동은보다는 그의 학교 동문인 김경란에 주목했다.

15화 에피소드에서는 문동은과 김경란이 과거 학창 시절 원래 친했던 절친으로 소개된다. 그러나 동은이 박연진과 그의 조직에 학교폭력과 괴롭힘을 당하면서 둘 사이의 우정은 끊어졌다. 동은이가 가해자들로부터 고통을 겪는 동안, 김경란은 자신에게도 불똥이 트지 않을까 두려워 방관하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하지만 동은이가 겨울방학 직전(2004년 12월)에 자퇴하자, 그녀는 박연진 일당의 다음 표적이 되어 2005년부터 모진 학교폭력을 당하게 되었다. 문동은과 윤소희가 당하였던 화상 고문 흉터도 그녀의 몸에 남아있다.


그러나 경란이는 동은이와 다르게, 18년이 지난 지금도 재준이 운영하는 편집샵인 시에스타에서 점원이자 연진의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며 연진 패거리의 갑질을 견디고 있다. 이는 그녀는 지나온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서커스에 코끼리처럼 살아가는 것 같다.


나는 한국가족 관련 돈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들(나의 성정체성)을 드려다 보니 드라마에 김경란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학폭이 아닌 경란이 감정에 대해서 이해하고 싶다. 우리는 서로 정도가 다르지만 경란과 같은 감정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나는 그런 것 같다. 정란이 같은 사람은 서커스에 코끼리와 같다.


서커스에서 코끼리를 길들이는 방법으로 어린 코끼리를 쇠사슬(족쇄)에 묶어둔다. 어린 코끼리는 절대로 탈출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하고 어른코끼리로 성장한 후에도 탈출을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된다.


나도 이와 같은 족쇄를 가지고 살아온 것 같다.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먼저 실패를 떠올리며 과거의 기억들이 족쇄가 되어 자신도 모르게 어른 코끼리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케이와 관련된 사건을 계기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이를 통해 나는 천천히 족쇄에서 벗어나고 있다.


https://youtu.be/vOWaVnuXT4A


드라마에서 김경란은 과거 자신이 복도에서 문동은에게 등을 돌리며 무시했던 것을 사과한다. 이는 그녀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었음을 보여준다. 어릴 때 경험은 성인이 되어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너무 어려서 힘이 없어 부당함에 노출되어도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어린 코끼리들(경란)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마지막 장면에서 문동은은 경란이에게 '나 이제 더는 그 복도에 서 있지 않아, 그러니까 너도 그 체육관에 더는 서 있지 마'라는 말을 전한다. 이를 듣고 경란이는 자신의 방에서 울며 족쇄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우리는 사람마다 정도가 다르지만 동은이 보다는 경란이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장면을 보고 김경란처럼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동은이에게는 족쇄가 복도이고, 경란이에게는 체육관이었다. 나 또한 더 이상 가족이라는 족쇄에 묶여있는 어린 코끼리가 되지 않겠다. 우리는 누구나 코끼리에 쇠사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족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성장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런 노력과 용기는 결국 족쇄를 끊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마지막 족쇄를 벗어나는 날은 이렇게 될 것이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알아볼까 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고, 제대로 된 사진을 공개하지 못했던 마지막 장애물도 극복할 수 있게 되어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자신감으로 브런치에 나의 얼굴을 자연스럽게 공개할 수 있는 날이 찾아오길 기대한다. 그래서 드라마 동은이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전에, 나에게는 가족이라는 마지막 족쇄를 이겨내야 한다. 나는 동은이처럼 나 자신을 믿는다. 그래서 언젠가 문동은처럼 그 족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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