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23일
"몇시지?" 아직 창틈으로 어둠이 스며들어오는 것을 보니 아침이 거의 다 되어가는 듯 하다. 어제도 아틀리에(작업실)에서 작업하다가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요즘 나는 거의 아틀리에에 살다시피 하고 있다. 패션쇼 준비를 다시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틀리에는 나만의 공간이다. 나에겐 그런 혼자만의 공간이 매우 중요했기에 나는 내 아틀리에를 정말 사랑했다.
사실 패션쇼를 완전히 포기하는 마음으로 지냈었다. 내 인생 최고의 기회라는 기쁨의 순간도 잠시, 가미 사건이 벌어지면서 도저히 패션쇼 준비를 할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변의 설득과, 상황이 절망적일수록 무엇이든 몰두하며 제 정신을 차리고 더 강해져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다른 한 편으로는 무엇이든 한 가지 집중할만한 게 있어야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겠다는 간절함이 나를 설득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가만히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점점 부정적인 생각이 더해지니 이렇게라도 무언가 열중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틀리에서 번번히 불편한 자세로 자고 있는 나를 깨우는 것은 스티븐이었다.
"오늘도 여기서 잔 것이야? 요즘 매일 밤을 세는 것 같아."
"나 건들이지 말아줘"
몇일 밤을 잠을 자지 못한 나는 신경질적으로 이야기했다
.
"그래 그럼"
"나 다시 일해야돼, 그만 나가줘"
"화이팅!"
스티븐은 응원과 함께 방에서 나가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가위를 잡고 원단을 자르기 시작했다. 원단을 가위로 자르고 핀으로 마네킹에 고정해서 옷의 형태를 만들었다. 그러다가 너무 피곤했는지 집중력이 흐트러져 잠깐 산책을 하기로 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Sia’ 의 ‘Chandelier’를 들었다.
아가씨들(접대부들)은 이런데 상처 안 받아
아무것도 못 느껴
난 언제쯤(다른 아가씨들처럼) 이걸 억누른다는 걸 깨닫게 될까
난 조건 만남을 위해 일하는 사람
전화벨이 울리고 초인종 소리가 들릴 때면
난 사랑을 느껴
하나, 둘, 셋, 마시자
하나, 둘, 셋, 마시자
하나, 둘, 셋, 마시자
다시 뒤로 되감기하자, 내가 숫자 세기전까지
하나, 둘 나도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땀으로 흠뻑 젖을 때까지 한참을 뛰다가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아틀리에로 향했다. 이제 마감일까지 며칠 남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먼저 시원한 보리차를 한잔 마시고 다시 일에 집중하려고 할 때 전화기가 울렸다. 나의 디자이너 친구이자 함께 이번 맬번 스프링 패션 위크(MSFW)에 선발된 찰스였다.
"무슨 일이야?"
""좋은 소식이 있어?"
"뭐야? 빨리 말해 나 시간 없어?"
"알았어~ 오늘 패션 위크 협회에서 연락이 왔는데 마감일 일주일 연장이래!"
"정말이야??"
나는 좋아서 아이처럼 총총 뛰었다.
일주일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 흘렸다.
"영! 이제 시간이 얼마 없어. 빨리 네 컬렉션을 MSFW으로 가져다 줘야 해"
"알았어, 마무리 중이야"
스티븐이랑 나는 급하게 차를 몰고 맬번 시청(Melbourne town Hall)로 향했다.
"왜 이렇게 차가 막히지?"
"다들 맬번 시청 가는것 아니야"
"맞네~ 맞아!"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옷을 옮기기 시작했고 이내 찰스가 도착했다.
"잘 끝냈어?"
"응 너는"
"나도 열심히 했어”
"나 집에 돌아가서 그만 자야겠어 너무 피곤해"
"나도 그래야겠다"
“우리 그 동안 너무 고생했다.”
"그래~9월6일 토요일에 봐"
"그래"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꼴아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