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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g 맬번니언 Oct 06. 2023

지극히 평범한 어느 목요일

오늘은 아침의 기운이 다르게 느껴져요.

이런 여유로운 아침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 평상시엔 행복이의 학교 일정에 맞춰서 아침 7시에 일어나 바삐 하루를 시작하곤 했죠. 그런데, 오늘은 아침의 기운이 다르게 느껴져요. 행복이가 집에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일주일 내내 내린 비가 그쳤는지, 아침 햇살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고, 조용한 집 안의 편안함이 마음에 평온함을 주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론 행복이가 궁금해져요. 어젯밤에는 잘 잤을까? 지금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지, 무슨 생각을 하며, 걱정 없이 캠프를 즐기고 있을지 상상해 봅니다. 핸드폰을 자주 확인하게 되고, 혹시 일이 생겨서 캠프에서의 연락이 오지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자식의 성장하는 모습은 부모로서 느끼는 가장 큰 기쁨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그 기쁨 속에 걱정도 함께 오기 마련이죠. 행복이와의 소중한 시간들을 생각하며 오늘 이렇게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게 해 준 행복이에게 감사의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김여사와 함께한 점심 후, 출근을 하는데 트램이 많이 밀렸어요. 저는 타고나 소심한 성격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작은 사고라도 무겁게 받아들이곤 합니다. 아무리 작은 사고라 해도, 그 상황에서 평범하게 행동하는 것은 쉽지 않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그런 사고 이후에도 그 상황을 잊지 못하고 마음에 남아 더욱 조심하게 됩니다.


사실, 이런 소심한 성격 때문에 때로는 스스로에게 힘들기도 하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런 성격이 더 안전하게 운전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아무리 사소한 접촉사고라 할지라도, 안전은 항상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을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조금 더 주의 깊게, 천천히 운전을 했어요. 안전을 위해 조금 더 시간이 걸린다 해도, 그것은 중요한 것입니다.


접촉 사고의 대한 마음의 부담을 빨리 털어내고 싶어요. 그래야 제가 예전의 자신감 있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일 병가를 사용하여 주말까지 푹 쉬면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회복될 것 같아 기대하고 있습니다. 벌써 트램 운전사로 일 년 차가 넘었네요. 일 년 동안 스트레스와 컨디션 관리에 더 신경 쓰게 되면서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 소심한 성격 탓에 자주 자신을 괴롭히곤 합니다. 그래도 일 년 차가 되고 보니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것도 배웠습니다. 안 좋은 생각은 많이 하면 할수록 자신을 괴롭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행복이 를 생각할 생각입니다.


행복이를 다시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뛰어요. 같이 있을 때는 매일 싸우지만, 지금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비로소 그가 제 삶에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는지 깨닫게 됩니다. 행복이가 캠프에서 돌아오면  무조건 환영해주고 싶어요.  잔소리하지 않고 그저 그를 포옹하며 따뜻하게 맞이하려 합니다. 지극히 평범한 어느 목요일에 아들이 보고 싶은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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