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사랑하는 것과 아이를 돌보면서 느끼는 스트레스는 완전 별개의 영역이다. 긴 파티는 끝났다. 나는 호주로 돌아왔고 이제 독박육아의 시작이다. 엄마는 이제 없다. 하루는 매우 단조롭고. 매우 단순해 보이는 일의 반복일 뿐이다.
행복이의 기상(새벽 5시)과 함께 하루를 시작해 하루 6번의 식사와 2번의 낮잠, 밤잠, 목욕, 산책, 또다시 기절한 듯 쪽잠을 자고 일어나 하루 시작.
모든 건 아무 도움 없이 내가 혼자 해내야 한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질 새도 없다. 이건 그냥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를 예견한 듯 엄마는 한국에 행복이를 두고 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힘들게 만난 만큼 행복이와 모든 순간을 함께 하며 무엇보다 내 손으로 직접 키우고 싶었다. 그렇게 엄마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는 행복이와 호주에 왔다.
그리고 그 이후 행복이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신생아를 돌보고 목욕시키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달래는 것이 너무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매 순간 깨닫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엄마는 어떻게 3남매를 키웠을까? 그것도 지금처럼 육아 아이템이라는 개념 자체도 없었던 시대에 말이다. 예를 들어 기저귀. 지금은 사서 뜯어서 쓰고 버리면 되는 이 일회용 기저귀는 내가 아기일 때는 없었다.
엄마는 하루에도 열 번은 넘게 갈아야 하는 이 기저귀를 천으로 된 것을 썼었다고 한다. 초벌로 빨고 삶고 또 한 번 빨아 말려 접으며 키우셨다니... 내가 지금 그렇게 행복이를 키워야 한다면...' 이라고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나마 태국에서 엄마의 도움을 받아 많은 걸 배웠기에 지금 호주에 돌아와서도 이만큼 해낼 수 있는 것 같다. '이래서 육아 스트레스라는 게 있는 것이구나. '
한편으로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가장 잘 해내고 싶은 일이 가장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엄마의 존재만으로도 정말 큰 위안이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너무나 신기했다. 그리고 이럴 때 나를 도와주는 엄마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너무나 고맙고 행복했다. 호주에 돌아와 지난 8년보다 훨씬 엄마가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행복이에게 내가 그런 존재가 되어주리라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오늘도 열심히 분유를 타고 기저귀를 갈고 칭얼대는 행복이를 도닥인다. 게이 아빠의 육아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니까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아직까지 은 행복이에 대한 (사랑, 애착 혹은 공감을 통한 정서적 유대감)느낌이 드는지는 잘 모르겠다.'
잠을 너무 못 자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세네시간인 수유텀을 지키며 온통 행복에게 생활을 맞추다 보니 길게 잠들지 못한 지 한참 지나 마음과 달리 몸은 점점 피로가 쌓여가고 있었다. 아마 행복이와 내가 애착 형성이 될 만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부터 내가 우리 행복이의 주 양육자가 되었으니 나는 행복이와 애착 형성이 잘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행복이가 하루하루 자라는 것을 빠짐없이 기억하고 챙기며 엄마가 걱정하는 것처럼 육아는 여자가 하는 것이라고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고 증명하고 싶다. 이 모든 시간이 스티븐과 내가 함께 배우고 부모로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지금까지 스티븐이나 엄마가 나를 돌봐 주고 보살펴 주었다. 하지만 이제 나도 누군가를 책임지고 돌보아야 한다. 나이만 먹은 아이가 아닌 진짜 어른이 되어야 한다.
그래도 오늘은 매일 똑같은 일상에 아주 작고 중요한 이벤트가 있다. 오늘 행복이는 처음으로 친구 알렉스(중국 친구 톰의 아들)를 만난다. 알렉스는 행복이보다 6개월 일찍, 태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태어났다. 우리는 한 달 넘게 태국에서 있었던 일을 공유해왔는데 내가 패션쇼 준비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모르고 실롬 팟퐁야시장 안에 있는 호텔을 잡았다.
실롬 팟퐁 야시장은 방콕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 들르는 유명한 시장으로 밤이 되면 특히 화려한 야시장이 서는데 밤새 시끌 벅적한 한복판에 자리 잡은 호텔이라 보통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은 잘 묵지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웃으며 행복이는 그런 곳에서 두달 정도 지내면서 충분히 훈련되어 있으니 어디서든지 잘 자고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