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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와 함께 한 내생일

2015년 7월6일

by Ding 맬번니언

'내 아이의 무게가 늘어나는 것만큼 안심이 되는 일이 없다. 솜털같이 너무 작고 가벼워 금새 날아가버릴 것 같았는데...이렇게 세상에 잘 뿌리내리고 있구나...' 라는 안도감이 든다.

행복이가 많이 커서 이제 제법 무게가 나간다. 조금만 오래 안고 있어도 뻐근해지는 어깨며 팔이 느껴질 때면 '언제 이렇게 컸지'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며칠만 지나도 다시 날카롭게 자라는 손발톱을 잘라줄 때에도 생각한다. '우리 행복이, 또 자랐구나' 그런데 작은 애로사항이 있다면 팔뚝보다 내 머리카락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빠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행복이가 하도 내 긴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남아나질 않는 거 같기도 하고, 얼얼한 두피가 느껴지면서 이러다 금방 대머리가 되는 것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이대로 다 쥐어 뜯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패션 디자이너처럼 보이고 싶어서 기르던 머리카락을 과감히 잘랐다. 아니 과감하다고 말하기에는 솔직히 자르기까지 몇 번을 망설였다. 아무리 아이를 키우는 워킹 파파라고 해도 그걸 티 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제껏 머리카락만은 아무리 번거로워도 긴 머리를 유지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대머리가 된다면?... 차라리 조금 덜 워킹 파파처럼 티가 나는 쪽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르기로 결심했다.


머리를 자르고 집에 가서 행복이를 보니 달라진 내 모습을 보고 행복이가 웃는다. 오늘은 행복이와 함께하는 내 첫 번째 생일이다. 아침에 머리카락을 잘라서 그런 것일까? 이 번 생일은 사뭇 다른 느낌이다. 작년 까지만 해도 파티 보이 답게 선물이랑 친구들에게 축하를 받고 클럽에 가거나 파티를 하며 보냈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조용하게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생일을 택했다. 놀랍게도 전혀 아쉽지 않다. 아니, 오늘이 오히려 그때보다 더 마음이 안정되는 그런 느낌이다. 왜냐하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선물 행복이랑 함께하기 때문이다. 스티븐은 막 무슨 선물 받고 싶어 옷, 가방 등 물어보지만 이번 생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받지 않아도 나와 함께한 내 가족이 있어 너무나 온 마음이 따뜻함과 행복함으로 가득 찬 것 같다. 이런 기분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다.


행복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온 가족이 즐겁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집 근처 식당으로향했다. 그리고 브런치로 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와 쉬었다. 아무런 이벤트는 없었다. 하지만 그 어떤 특별한 이벤트 날보다 더 특별한 기분이 느껴진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을 내일이 당연해진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었다.’

매일매일 똑 같은 하루가 지나가는 것 같다.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고, 새로운 사람이나 일을 접하는 것도 없었다. 하지만 매일 같아 보이는 그런 나날들 속에서도 나는 느끼고 있었다. 같아 보여도 매일이 다르다는 것을.

나날이 행복이가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손톱발톱이 매일 자라고, 점점 무거워지고, 조금씩 키가 커지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늘어나고 있다. 그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옛 어른들이 했던 말이 이런 말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내 자식 입에 먹을 거 넣어주는 것만큼 좋은 일이 없다.’ 행복이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자라니 그것이 얼마나 내 가슴을 벅차 오르게 만드는 지 아무도 모르겠지. 그렇게 나는 부모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순간을 최대한 많이, 오래 기억하고 싶다. 우리의 인생은 생각보다 짧으며, 아무런 예고 없이 흘러가기에 앞으로의 일 같은 것은 신이 아닌 이상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오로지 현재에 충실하고, 현재 무엇을 하며 행복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 나는 내 인생에 행복이와, 내 생일에 함께 동네 식당에서 브런치를 먹고 웃어줄 가족이 있다는 것에 너무나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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