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리한 일정보다 휴식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내일 호주로 돌아가기 전에 체력을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거든요.
저희 가족 모두 늦게 하루를 시작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휴양지가 아닌 도시 여행에서는 체력 안배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특히 4일 연속 테마파크를 강행하는 건 너무 무리였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앞으로는 이틀 정도 테마파크를 즐기고, 하루는 반드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스케줄을 계획해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일본 여행은, 군대 이후 오랜만에 발바닥이 찢어질 듯한 피로감을 느낀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주로 휴양지 여행만 다녔던 저희가, 아이와 함께하는 도시 여행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네요.
점심쯤에는 미리 예약한 시부야 스카이 전망대를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고 특히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보였어요. 외국에 나가면 같은 한국인들이 저희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하는 걸 경험하는데, 오늘도 그런 일이 있었죠. 행복이가 자꾸 멈추며 걷는 바람에, 뒤에서 한국말로 "왜 이렇게 길을 막는지 모르겠네"라는 불만을 들었을 때 순간 긴장했습니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한 남성분이 행복이가 제 옆에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양보해 주셨어요. 그분은 스티븐에게도 자리를 양보하려고 했고, 제가 괜찮다고 하니 "혹시 한국분 아니세요?"라고 물어보셨죠. 그분은 세 명이 함께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하려고 했던 거였어요. 그분의 친절 덕분에 외국에서의 긴장이 풀리고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두 남자와 아이 한 명이라는 조합이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고 이상하게 보일 수 있음을 알지만, 그런 시선에 겁을 내지 않고 떳떳하게 행동하려고 합니다. 제가 긴장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느끼고, 무례하게 행동하는 경우도 생기죠. 그래서 행복이를 위해서라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살려고 해요. 게이로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행복이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한때 저도 외국에서 그 나라 사람들이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한국말로 흉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처럼 제가 그 입장에 자꾸 놓이게 되니, 그런 행동이 얼마나 불쾌할 수 있는지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