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수요일, 오늘은 목요일. 날짜로 보면 단순히 하루가 지났을 뿐이지만, 저에겐 어제와 오늘이 전혀 다른 날처럼 느껴집니다. 어제는 힘들었지만, 오늘은 새로운 시작이기를 바라며 마음을 다잡아 보았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어제의 무게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행복이는 내일부터 ADHD 약을 먹기 시작합니다. 아이를 위해 제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행복이의 마음을 더 깊이 헤아리고, 무엇보다 그를 따뜻하게 안아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네요. 지난 10년 동안 행복이를 키우면서 저는 어른이 되었다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느낍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게 아니며, 때로는 여전히 미숙한 마음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요.
오늘부터 저는 ADHD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행복이를 더 잘 이해하고, 더 나은 도움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아침, 어제와 같은 시간에 행복이를 깨우는 일이 유난히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어제와 다른 점은, 이제 행복이의 행동이 ADHD와 관련된 증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깨달음이 가슴을 아리게 했습니다. 행복이가 ADHD를 가진 아이로 낙인찍히는 순간이 온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행복이에게 ADHD가 있다는 것이 그의 전부는 아닙니다. 하지만 세상이, 그리고 제가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이야기를 브런치 외의 사람들에게는 털어놓고 싶지 않습니다. 행복이의 ADHD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것이 마치 아이를 보호하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저는 게이로 살아오며 사람들이 제 정체성만으로 저를 판단하려 했던 시기를 잘 기억합니다. 제가 게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제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 하나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행복이도 마찬가지겠죠. ADHD를 가졌다는 사실이 그 아이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사람들이 그를 오로지 그 단어로만 정의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어제와 오늘이 이렇게 다르다면, 내일은 또 얼마나 다른 하루일까요? 행복이의 내일을 위해, 그리고 우리 가족의 내일을 위해 저는 오늘을 살아가야 합니다. 이렇게 제 감정을 정리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어제의 무게는 여전히 제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제와는 다른 방향으로 한 발 내딛고 싶습니다. 행복이를 위해, 저를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서요.
우리는 어제의 무게를 짊어지면서도 오늘을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중입니다. 그게 어른이 되는 과정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