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법원이 오늘 스페인 게이커플이 요청한 대리모를 통해 출산한 아이의 양육권을 인정했다. 비로소 마누엘 발레로(스페인 출신)와 고든 레이크(미국출신) 두 사람이 길고 긴 싸움을 끝내고 사랑하는 아기와 함께 드디어 고향 스페인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들이 태국에 머물며 이 소송을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작년 1월 카르멘이 태어나고 갑자기 대리모가 출산 이후 양육권에 대한 필수 서류에 서명을 하지 않으면서 결국 아이를 데려가기 위한 법적 소송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들의 대리모였던 '타디타 쿠손스랑'은 아이의 부모가 될 이들이 게이 커플임을 안 후 애초에 맺은 대리모 계약에 따라 아이의 양육권을 넘기는 것에 동의하지 않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기를 포기할 수 없었던 스페인 커플 두 사람은 소송을 제기했고 그렇게 지난 1여년 기간 동안 원래 자신들이 살던 스페인을 떠나 태국에서 지내면서 카르멘을 돌보며 소송을 해나간 것이다.
“이 악몽이 곧 끝날 것 같아서 행복하다. 우리는 드디어 아이와 함께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소송을 끝내며 마누엘 발레로 씨는 힘들었던 그간의 시간을 떠올리듯 눈물과 함께 기쁨의 소감을 전했다. 대리모 파티타는 모든 매체와의 인터뷰를 거부하며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번 소송이 특히 복잡하고 힘들었던 이유에는 최근 바뀐 태국 대리모 관련 법률의 개정과 아직 태국 내에서 인정되지 않는 동성 간 결혼에 관한 것이 얽혀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태국은 지난 수년간 대리모 출산과 관련된 거래가 꽤 활발했지만 2014년 가미 사건을 비롯해 여러 사건들이 잇따르며 태국 군부가 대리모 관련 모든 사항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금지령 이전에 임신하여 출산만을 기다리는 아기들의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 한동안 혼란이 일어났고 카르멘처럼 힘든 상황에까지 처하게 되는 경우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카르멘이 행복이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고 당시 여러 태국 내 상황을 나 또한 경험했기에 카르멘이 부모와 함께 무사히 스페인에 돌아가는지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그 스페인 커플을 직접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부모가 되면 느껴지는 동질감 같은 것도 있었고 1년이나 자신들이 사는 나라를 떠나와 소송을 견디며 카르멘을 돌본다는 소식만으로도 그들이 얼마나 아이를 사랑하고 있는지 너무나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행복이가 태어나 나에게 오고 함께 호주에 오기까지 그 기간 동안 얼마나 천국과 지옥을 여러 번 오갔던가. 내 아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그 상황이 주는 절망감은 겪어보지 않은 이는 모를 것이다.
하지만 씁쓸한 것은 이 사건은 가미 사건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가미 사건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동성애자와 관련해 부정적인 시각이 섞이지 않은 이런 이야기에는 관심이 별로 없는 모양이었다. 보통의 일반 부모였어도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