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단 4명(행복이,알렉스, 톰 그리고 나). 우리는 3시간 30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케언즈에 도착했다. 맬번은 겨울이라 상당히 추웠는데 케언즈에 내린 순간 너무나 따뜻한 공기에 깜짝 놀랄 정도였다.
우리는 케언즈에서 제일 유명한 아이들을 위한 숙소(Coconut Holiday Resort)를 예약했는데 가격은 비쌌지만 그만큼 아주 마음에 드는 곳이라 첫발부터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편의 시설을 갖춘 곳이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아이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게 된다. 행복이 아빠가 되기로 올인 했지만 아직까지 일시 중단하기로 결심한 내 꿈에 대한 미련이 마음 한 켠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여행을 왔으니 여행 동안만큼은 오로지 행복이와 알렉스와 즐겁게 지내고 휴식하는 것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꽤 오래 너무 많이 고민해서 그런지 머리를 식히기 위해 잠시 멀리 떠나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로지 알렉스의 회복을 축하하고 행복이와 즐거운 추억을 쌓는 일에만 집중하리라.
알렉스와는 꽤 자주 보는 절친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된 게 있다. 알렉스가 이제 제법 의사소통이 될 만큼 말을 잘한다는 것이다. 아직 아기라고만 생각해서 특별히 행복이가 말이 느린가? 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같이 지내보니 확실히 행복이의 언어가 늦은 감이 있었다.
' 6개월이나 차이가 나서 그런가? 요맘때 아이들은 하루 차이도 크다고 하니까...' 라며 마음 편히 가져보려했지만 막상 알렉스가 말을 할 때마다 '저런 말도 할 줄 아네..우리 행복이는 아직인데...' 라는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었다.
행복이의 19개월 언어 일기
아빠, 아들(내가 행복이보다 아들을 많이 사용해서), 타(고마울 때 사용하는 호주 슬랭어), 빠이, 하이, 주스
내가 이중언어를 시도해서 그런 걸까? 역시 이런 순간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라는 생각이다. 내게 하는 실수는 다시 시도해 바로잡으면 그뿐이라고 잘 생각하면서 행복이에 대한 일은 모든 게 행복이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중요한 시기의 내 책임이라는 생각이 마음 깊숙이 있어서인지 뭐든 나를 먼저 탓하는 버릇이 생기고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느긋함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