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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타운과 3억의 선택

by Ding 맬번니언 Feb 08. 2025



오늘은 스티븐의 부모님이 골드코스트로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가족 모임이었지만, 대화의 주제는 무거웠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부모님께서 실버타운에 대해 말씀하셨다.


"결정을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구나."


실버타운은 은퇴한 노부부들에게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주거 공간이다. 그러나 단순한 주택 매매가 아니라, ‘돈을 어떻게 넣고, 어떻게 돌려받느냐’의 문제였다.


11억을 내면
→ 나중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을 때 8억을 바로 돌려받을 수 있다.


8억으로 구입하면
→ 해당 아파트가 팔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며, 언제 환불받을지 알 수 없다.


즉, 3억을 더 내고 ‘환불의 확실성’을 사느냐, 아니면 3억을 아끼되, 돈을 언제 돌려받을지 모르는 리스크를 감수하느냐의 문제였다.


"그냥 8억이면 가능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부담이 크네." 스티븐의 아버지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 3억을 그냥 날리는 셈이잖아. 3억이면 우리가 여행도 다니고, 손주들한테도 뭐라도 해줄 수 있을 텐데." 어머니도 걱정스럽게 말씀하셨다.


나는 부모님의 고민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건 단순한 집 구매 문제가 아니다. 나이 들어서 주거 안정성과 자금 유동성 중 어떤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문제다.’


살면서 돈을 쓰는 방식이 참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젊을 때는 돈을 불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나이가 들면 돈을 어떻게 사용하고, 얼마나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법이다.


부모님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듯했다.


실버타운, 그리고 3억의 선택.


어떤 선택이 최선일까?


스티븐 부모님은 4월 말,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나오기로 했다. 6개월 단위로 계약했던 집이었기에, 떠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단순한 이사 문제가 아니라는 걸 점점 더 깨닫게 되었다.

이 선택은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50년 넘게 골드 코스트에서 살았던 두 분에게는, 어쩌면 이번 이사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새로운 곳에서, 우리 가족 옆에서 노년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나는 스티븐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이민자로서 새로운 땅에서 삶을 개척해 왔기 때문에, 오랜 터전을 떠나는 것이 얼마나 큰 결심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잘 결정한 거겠지?”
어머니가 내게 물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완벽한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 선택이 두 분에게 조금 더 평온한 삶을 선물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 잘하셨어요. 이제 좀 편하게 지내셔야죠.”

어머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셨다.

실버타운, 그리고 3억의 선택.
이건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삶의 마지막을 어떤 방식으로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다.
그리고 부모님은 안정과 평온을 선택하셨다.

나는 그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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