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자녀의 숙제를 돕다 보면, 때로는 아이가 스스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대신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스티븐의 부모님이 골드 코스트로 돌아가면서,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행복이의 학교 숙제를 우리가 도와줘야 할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사실 숙제를 도와주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행복이가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엉뚱한 곳을 바라보거나, 단순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한참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가끔은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럴 때마다 우리는 다시금 되새깁니다. ADHD를 가진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ADHD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만약 행복이가 ADHD 진단을 받지 않았다면, 우리는 매일같이 아이를 가르치는 데 지쳐버렸을 것입니다. "왜 이렇게 집중을 못 하지?" "왜 한 번에 이해를 못 할까?"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걸까?" 이런 질문들이 쌓이고, 결국은 좌절하고 말았겠죠.
그런데 이제는 다릅니다. 우리는 아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있습니다. 목표를 완벽하게 숙제를 마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끝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행복이가 완벽하게 모든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우리가 ADHD라는 개념을 몰랐다면, 우리는 그저 아이가 게으르거나 무기력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ADHD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나니,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성격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가 가진 특성이며, 우리가 아이에게 맞춰야 하는 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행복이는 그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뿐입니다. 한 가지 과제를 끝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고, 쉽게 산만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절대 아이의 능력 부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창의력이나 독창성 측면에서 ADHD를 가진 아이들은 남다른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런 강점을 찾아주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행복이의 숙제를 도와주면서 우리는 더 이상 '완벽한 정답'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대신 아이가 어떤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지, 어떻게 사고하는지, 어떤 점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를 관찰합니다. 때로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우리는 이제 알기 때문입니다. ADHD를 가진 아이에게는 속도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끝까지 해내도록 돕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숙제를 마쳤느냐?"보다는,
"오늘도 끝까지 해냈구나!"라는 말이 더 의미 있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행복이가 숙제할 때 곁에서 응원해 줄 것입니다. 때로는 답답하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결국 우리의 목표는 한 가지입니다. 행복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
그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것이 부모가 할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