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난 아는 걸까?

빈센트, 그가 말하려 했던 것을...

by 나름펜

하지(夏至)는 양력 6월 21일이나 22일 경이다. 일 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며,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밤의 길이는 가장 짧은 날이다. 이 시기에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나라에서는 하루 종일 태양이 지지 않는 백야(白夜, white night) 현상이 발생한다.


아무래도 여행 다니기에는 낮의 길이가 긴 여름철이 겨울철 보다 더 나은 편이다. 겨울 해는 빨리 기운다. 여름엔 해가 길어서 좀 더 여유 있게 돌아다니는 데 편리한 구석이 있어서다. 오고 가고 찾아가고 구경하는 데 시간을 훨씬 더 활용할 수 있어, 나 또한 해가 긴 계절의 여행 횟수가 더 많다.




고흐가 잠들어 있는 곳


전에는 방학에 얼마간의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이었는 데, 이젠 그런지도 꽤나 지났다. 마지막 나의 해외여행은 2019년 여름이다. 한동안은 '코로나19'로 인하여 움직이기 어려웠고, 그러고 나선 이런저런 여건들과 상황이 나를 붙잡았다. 이로 인해 코로나 이후 나의 최애 TV프로그램이 여행 방송프로가 되었다. 이른바 '대리만족'이다.


여행 관련 방송프로는 재방송용으로도 다양한 여러 채널에서 돌아가며 자주 여러 번 틀어주고 있는 편이다. 더욱이 여행 방송 프로에서 내가 가봤던 여행지가 나오면 왠지 무척이나 반갑. 화면 속의 그 장소를 보면서 나는 회상과 추억에 잠기며, 나만의 시간 여행을 다시 할 수 있어 즐겁고 행복하다.


어떤 여행 예능 방송프로의 파리 편에서는 파리 북서쪽 근교의 작은 시골마을 '오베흐 쉬흐 우와즈(Auver-Sur-Oise)'에 갔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가 마지막으로 머물던 동네다. 그 삶의 마지막 여정이 되고만 이곳에서 그는 약 70일 동안 대략 74 여점의 작품을 그렸다고 한다. 이 마을이 그 인생의 종착지가 되었고, 여기서 마지막 불꽃을 피웠다. 그리곤 이곳에 그 영혼이 잠들어 쉬고 있다. 그의 이야기에서 또 하나 뗄 수 없는 동생 테오(Theo), 그의 묘지도 이곳에 같이 있다.


고흐의 일생과 작품이 친숙하지만, 생각할 때마다 늘 가슴 한편 먹먹한 이야기들이 많은 편이다. 생전에 각광받지는 못하였으나,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가 아닐까 싶다. 사실 난 파리에 꽤나 살았건만, 그가 생을 마감하고 묻힌 그곳엔 정작 찾아가 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화면으로 보는 그 자체가 자못 흥미로웠다. 나의 눈은 화면에 딱 달라붙어 있었고, 아예 TV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별이 빛나는 밤


2017년에 뉴욕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n of Modern Art)에는 고흐의 유명한 그림 중 하나인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이 있다. 세계인이 사랑하는 화가 고흐의 그림 앞에는 언제나 어디든 늘 사람들이 모여 붐빈다.


The Starry Night(Vincent van Gogh, 1889), 뉴욕 현대미술관(MoMA)


이 작품은 1889년 프랑스 남부 '쌩헤미드프로방스(Saint-Rémi-de-Provence)'의 남쪽 외곽에 위치한 '쌩폴드모졸 수도원(Monastery Saint-Paul de Mausole)' 요양원에서 그린 그림이다. 이른바 고흐의 '쌩헤미 시기(1888.5.~1889.5.)'의 작품이다. 이 요양원은 프랑스 남부에 있는 아를(Arles)에서 폴 고갱(Paul Gauguin)과의 불화로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이른바 '자해사건(1888년 12월)' 후, 입원(1889년 5월)했던 곳이다. 아를(Arles)로부터 북동쪽 방향으로 대략 26Km가량 떨어진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빈센트(Vicent)를 노래하다


우리가 사랑하는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 세계를 추모하며 만든 노래 "빈센트(Vincent)"는 언제 들어도 맑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Don McLean(1945~ )이 1971년에 발표한 이 곡은 고흐의 일대기를 읽은 그날, 너무나 가슴이 벅차오르고 설레어서 하룻밤 만에 이 노래를 완성했다고 전해진다.


"Starry, starry night~ (별이 빛나는 밤)"으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100위 안에 언제나 들어가고, 누구나 언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노래다. 그 멜로디만큼이나 서정적인 가사Don McLean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의해 더욱 빛나고 돋보인다. 오늘 밤엔 그중 특히 한 구절이 내 마음을 파고든다.

Starry, starry Night 별이 빛나는 밤
(···)
Now I understand 이제 나는 알아요
what you tried to say to me 당신이 내게 말하려던 것을...
(···)

《빈센트(Vicent)》 작사·작곡·원곡: Don McLean

과연, 이제 난 아는 걸까? 그가 말하려 했던 것을...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尹東柱) 시인의 '서시(序詩)'가 오늘 밤 내 마음을 다시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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