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넬리몰리 Jul 12. 2021

규칙적 운동이란 도대체 어떻게 시작하는가

그들은 왜 꼭 인별에 운동했다는 사실을 광고하는가


  운동하는 사람들은 좀 밉다. 특히나 규칙적인 운동을 / 꽤나 고액의 돈을 들여서 / 오랜 기간 동안 유지하며 / 심지어는 그 성과가 눈에 보일 정도로 건강과 몸매 모두 빼어난 이들이 제일 밉다. 그들이 미워보이는 건 내가 내면에 지니고 있는 시기심과 열등감이 의식적으로 치환되며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이 증상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내 건강엔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다.


  퇴사  가장 먼저 해야  일로 운동을 생각했다. 사실, 운동 외엔 아무것도 생각한 것이 없다고 표현하는  맞을  같다. 계획적인 퇴사를 결심하고  이후의 일상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동의할 것이다. 현대 직장인들이 돈을 쏟아부어도 괜찮은 유일한 영역이 바로 운동이라는 . 지루하고 나른하게 흘러가는 백수의 일상에서 그나마 가장 성취하기 쉽고 동시에 가장 효율적인  번째 스텝.



 이건 아예 버려야 할 몸뚱이인가


  퇴사를 결심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 굉장한 몸치이자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PT 받고 있는 친구 H 만났다. 나는 그에게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규칙적으로 운동을   있었는지 물어봤다. 그러니 돌아오는 대답이  간결하다. 이러다 정말 죽을  같아서, 살려고 운동을 시작했단다. H 이것이야말로 운동을 시작하기 가장 좋은 동기라고 열변을 토했다. 건강을   잃어본 이들이야말로 규칙적인 운동의 가치를 안다면서. 그래, 그래서 지금 내가 이렇게 똥줄을 불태우고 있지 않니.


 H 몸치이자 운동치다.  처음에 요가를 시작했는데 정말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느 정도였냐면, 먹은  모조리 토하기 일쑤였다. 강사님이 시키는 대로 몸은 움직이질 않고, 그러니 당연히 본래  운동의 의도만큼 효과가 나오는  같지도 않고, 다른 이들은 다들 따라 하는데 나는  안될까, 이건 아예 버려야  몸뚱이인가 싶고. 운동 가는 길이 출근하는 것보다도 무섭고 싫은데, 그렇다고 아예  가면 스스로가 정말로 쓰레기가 되는  같아 자괴감이 치솟았다고. 그래도 H다른 이들의 말을 듣고 스스로를 설득해가며   동안 성실히 다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H 경험은 고통으로 끝났다.  운동에 습관을 붙이지도 못했고 오히려 버티다가 위장만  버렸다. 스트레스성 위염이었다.  달엔 "처음엔  어려운 거지, 조금  버텨봐!"라고 격려하던 주변인들이 "무식하게  버티지 말고 여기서 그만 꺾자!"라고 조언의 노선을 변경했다. 나도 그게 옳았다고 생각한다. 맞지 않는 운동은 고통일 뿐이고 평생 같이 가야  '운동' 대한 호감도만  떨어트릴 이다. 아무리 강사의 말을 철석같이 듣고 성실히 운동에 매달리더라도, 선천적으로 운동 감각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운동에 재미를 붙이는 과정은 굉장히 다르니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기 위한 꼼수들


  아래는 친구와 내가 규칙적인 운동을 위해 시도한 것들을 나열해본 것이다.


1. 친한 사람들과 그룹을 짜서 운동하기 

운동 중 힘들 때 비명을 지르거나 농담을 나눌 수 있다. 공감을 통해 다른 이들은 벤츠인데 내 몸만 경운기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방지하자. 그리고 실제로도 이 땅의 많은 현대인들은 모두 경운기일 뿐이다.

2. 운동하는 날에 운동하는 장소 근처에서 약속 잡기 

이렇게 하면 약속 때문에라도 일단 집을 나서게 되고, 그날 하루의 메인이 운동이 아닌 것처럼 느껴져 부담이 덜하다! 약속 상대에게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일석이조. 상대는 나의 운동 일정에 동정심을 표하면서도 은근히 그런 나를 부러워할 것이다.

3. 최대한 쉽게 해달라고 강사님에게 말하기

처음 반년 정도는 내 몸이 받아들이기에 고통스럽지 않은 정도의 운동이 좋다고 생각한다. 돈에 여유가 있다면 처음엔 1:1이나 소규모 운동으로 시작하는 게 물론 최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의도된 운동을 내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만으로 큰 스트레스가 따른다. 만약 이 운동이 내게 조금 과도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아예 강사님에게 프로그램 자체를 쉽게 해달라고 가감 없이 말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4. 운동 전에는 위장을 가볍게 하기 

운동 중 멀미하는 느낌이나 두통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건 운동을 하다 보니 익히게 된 요령. 초보들만이 느끼는 그런 요령이랄까.

5. 좋아 보이는 다른 운동을 발견하면 1회 체험해보기 

내 강사님과 다른 스타일의 강사님들을 많이 체험해봐야 내게 맞는 유형을 알겠더라.

6. 운동을 다른 약속들처럼 캘린더에 기입하고 인증샷 남기기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하는 데엔  이유가 있었다! 굳이 ⭐️ 남기지 않아도 효과는 충분하지만, 나중에 내 건강이  자랑할 만한 수준에 이르면 자랑도   있지 않을까 싶다.



 첫 번째 벽까지 가기


  H 이야기는  번째 벽을 만나며 달라졌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퇴사   전부터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2회짜리였고, 직장 동료 3명이 모여 함께 그룹 수업을 신청했다. 일하면서 운동하려니 처음  주는 죽을 맛이었다. 그건 3 모두에게 동일했다. 나는  운동을 친한 이들과 함께 하게 되어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찌 됐든 버틸  있었으니까.


 H 돈을 조금 써서 1:1 PT 노선을 틀었다. 혼자 운동하니 강사님이 다른 이들을 봐주는 동안 고통을 감내하며 동작을 버텨야  필요가 없었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 수준을 낮추었다. 친구는 그렇게  주를 버텨냈다. 그러다 운명처럼 을 넘어섰다. 나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제 한계다"를 선언한 그날 밤, 오랜 불면증으로부터 해방된 것이었다.


 내게도 그 벽이 왔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데다 업무까지 꼬여 우울함이 맥스를 찍은 어느 날이었다. 그때 나는 퇴사를 예정하고 있었지만 업무가 과중했기 때문에 마치 풍전등화처럼 기분이 오락가락했다. 힘든 몸을 질질 끌고 운동을 하러 갔다. 처음엔 시큰둥한 표정으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기분이 나빴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됐다. 어떤 동작이건 그걸 버텨내고 유지하려면,  기분은 아무 짝에도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발만으로 스쿼트 자세를 유지하면서 어느 누가 ' 여전히 기분이 나빠' 같은 한가한 생각을   있겠는가? 모든 감각이  몸뚱이를 지탱하고 있는 가엾은 한쪽 발목에 고정되어 있을 텐데 말이다.  시간이 흐른  운동복을 갈아입었을  나는 평소의 나로 돌아와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운동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을 발견했다. 나의  번째 벽을 넘은 순간이었다.


  모든 경험에는 다양한 벽이 있을 테다. 어떤 경험이건 내게 실질적으로 이어지는 혜택이나 이득이 있어야   동기를 얻는 이다. 그것은 내면의 깨달음일 수도 있고 주변 환경 개선과 같은 외부 요인일 수도 있다.


  우선  번째 벽까지 간다. 그때까지는 어떤 꼼수를 쓰건, 돈을 어떻게 투자하건 상관없다.  벽을 넘어 무언가를 맛보고 나면  뒤엔 미래의 내가 알아서 이어가 준다. 




  나는 지금 필라테스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퇴사 후에는  군데를  찾아 일주일에 3 이상 꾸준히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운동하는  순간은 힘들고 죽을  같은데 신기하게도 이게 된다. 규칙적인 운동이라는 , 나도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