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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경청(傾聽)의 힘

by 최코치
들어주는 게 그리 힘든 일인가?

각자 바쁜 일상을 보내고 식탁이나 소파에서 마주 앉은 부부간의 대화는 서로 부부이자 가족임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러나, 대부분 몸과 마음이 피곤한 상태가 채 가시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던지는 화두에 상대방은 이내 신경을 곤두세우곤 한다.


"우리 금쪽이 말이야... 학교 공부에 통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짜증 나 죽겠어", "내 친구 애순이네 말이야... 이번에 강남으로 분양받아 이사 갔대... 부러워", "내 친구 와이프는 애들 삼시 세 끼를 직접 해서 먹인대... 대단하지 않아?"


우리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대화의 시작이다. 하지만, 이 시작이 진지한 대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말다툼으로 변질되어 갈지 사람마다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외부업체에 발주를 준 물품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어 행사일정에 차질이 생긴 김대리는 팀장에게 이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어렵게 말을 꺼냈다.


"팀장님, 지난번 A업체에 발주 준 그 물건이 그쪽 내부사정으로 일주일 정도 늦어질 것 같습니다. 우리 행사는 나흘 뒤인데... 어떡하죠?", 팀장은 금세 얼굴빛이 어두워지면서 "이봐, 김대리... 미리 확인하고 사전에 다른 대안을 준비했어야지... 이렇게 일 벌어지고 난 후 날더러 어떡하냐면 내가 무슨 신이야? 에이..."


김대리는 머리를 맞대고자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지만, 자신의 무능함으로 이 일이 벌어진 것처럼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아무런 소득이 없이 짧은 대화는 끝이 나고 만다.




이청득심(以聽得心)



듣기(Hearing)'소리를 귀로 인식하는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소리가 귀에 들리는 상태이며,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일어날 수 있는 행위이다. 소위, 듣기의 4단계 중 1단계인 '배우자 경청'과 2단계인 '수동적 경청'에 해당된다.


배우자 경청 : 다른 일을 하면서 건성으로 듣거나, 심지어는 말을 가로막기도 하는 듣기
수동적 경청 : 말하는 사람에게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공감도 없이 그저 상대방이 말하도록 내버려 두는 듣기


반면, 경청(Listening)'상대방의 말에 집중하고 이해하려고 듣는 것'으로 정의된다. 듣기의 3단계인 '적극적 경청'과 4단계인 '맥락적 경청'이 이에 해당된다.


'적극적 경청'은 말하는 사람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공감해 주는 경청을 말한다. 듣는 사람은 상대방과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저런,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더 말씀해 주세요."와 같은 추임새를 넣으면서 듣는다.


'맥락적 경청'은 말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말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가, 즉 말하는 사람이 그 말을 하게 된 의도, 감정, 배경까지를 헤아리면서 듣는 것이다.


국제코칭연맹(International Coaching Federation ; ICF)에서는 위 두 경청을 묶어 '적극적 경청(Active Listening)'이라 하고, "고객이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에까지 집중하여 고객이 처한 맥락에서 드러나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고객이 스스로 표현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코칭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끊임없이 배우게 되는 것이 이 '적극적 경청'이다. 정말 열심히 코칭과정에 '적극적 경청'을 하고 나면 고객으로부터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다.


"정말 흔치 않게 오늘 저의 이야기를 이렇게 진지하게, 공감해 주시면서 들어주셔서 너무 좋은 경험이었고, 감사드립니다...", "오늘 제 이야기를 이렇게 들어주신 것만으로도 제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문제가 절반은 풀린 느낌입니다..." 비록 '적극적 경청'을 위해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한 측면도 있지만, 고객이나 상대방으로부터 이런 피드백을 받을 때는 너무나도 보람을 느끼고, 경청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곤 한다.




적극적 경청의 중요성

이처럼 '적극적 경청'이 중요한 근거를 미국 UCLA 심리학과 앨버트 매라비언(Albert Mehrabian) 박사의 연구결과로부터 찾을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할 때, 단어를 통해서는 약 7% 정도밖에 뜻이 전달되지 못한다고 한다. 어조, 억양, 음성 등의 '소리적 요소'를 통해 38%가 전달이 되고, 나머지 55%는 제스처, 표정, 몸짓 등의 '동작적 요소'에 의해 전달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적극적 경청'은 단순히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 주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그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상황, 불안함, 신념, 가치관, 욕구 등을 헤아려 내는 단계까지 확장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두 사람 간에는 기본적으로 신뢰가 형성되고, 말을 하는 사람이 심리적 안전감을 가지게 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 경청'을 잘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듣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판단을 내려놓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즉, '에고리스(egoless)'의 상황에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 경험, 가치관에 서서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을 헤아려 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바로 '공감'이 일어나는 것이다.


위 대화를 다시 가져와서 전개를 해 보자.

"팀장님, 지난번에 발주가 나간 A업체가 내부사정으로 일주일 정도 납기가 지연될 거 같습니다. 우리 행사는 며칠 안 남았는데, 어떡하죠?"

"저런, 김대리가 많이 당황했겠네... 나도 예전에 그런 경험이 있었지. 음... 김대리가 가진 대안이 어떤 게 있어?"

"네, 지난번 계약체결 검토 때 검토를 했던 다른 업체가 있습니다. 경험도 많고 평가결과는 좋았는데, 아쉽게 다른 일정이 있어서 이번 발주에는 선정되지 못했어요. 바로 이 업체에 제가 도움을 요청해 보겠습니다."

"그래, 김대리, 우선 그 업체에 확인을 해 보고, 안되면 다른 물품을 급히 조달하는 방안으로 다른 구성원들과 아이디어를 내볼게."

"감사합니다. 팀장님"


너무 이상적이라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이번 일의 해결을 넘어서 이 조직의 앞으로의 분위기와 김대리의 일을 대하는 태도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언론 기사 보기가 겁나고, 불쾌지수가 극에 달하는 요즈음 우리 모두가 작게라도 실천해 나가야 하는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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