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닫게 하는 질문
엄마 : 이번 시험 성적표 안 나왔니?
딸 : (...) 어제 받아 왔는데, 깜박했어...
엄마 : 아니, 왜 그렇게 중요한 걸 받아 왔으면 바로 안 보여주는 거니?
딸 : 깜박했다고 말했잖아...
엄마 : 빨리 보여줘 봐.
딸 : 왜 자꾸 야단을 치는 거야?
엄마 : 아니, 성적이 또 떨어졌네... 계속 학원 다니고, 스터디카페도 계속 다니더니 공부 안 했니?
딸 : 왜 공부를 안 해... 한다고 한 건데...
엄마 : 너 공부한다고 밖에 나가있으면서 진짜 공부를 하는 거 맞아?
딸 : 그렇게 못 믿겠으면 따라다니든지 해...
중고등학교 자녀를 키워 본 경험이 있는 가정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엄마와 딸의 대화 장면이다.
엄마는 계속 궁금함을 질문의 형식으로 딸에게 던지고 있지만, 이 질문들은 궁금함의 차원을 넘어 딸의 마음을 계속 닫히게 하고 하고 있다. 점점 딸의 마음에 상처를 내기 시작하면서. 아마도 이런 대화가 몇 번 반복되고 나면 딸은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는 엄마와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팀장 : 김대리, 이번에 이야기 한 보고서 다 되었으면 같이 이야기 좀 할까?
김대리 : 네, 팀장님
팀장 : 아니, 시간을 충분히 준 것 같은데, 마무리도 다 안된 것 같네?
김대리 : 네, 관련 사례조사에 시간이 많이 걸려서 조사결과를 정리하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요...
팀장 : 그래서, 정리하려는 결과가 뭐야?
김대리 : 그게 아직 정리가 좀 덜되서...
팀장 : 어느 정도 가설을 세우고 검증한다는 생각으로 조사를 해야 효율적으로 될 거 아냐, 그렇게 한 거야?
김대리 : 제가 이번 일은 경험이 없는 분야의 일이라 그렇게 까지는 준비를 못했습니다.
팀장 : 상무님 보고가 코 앞인데 어떡할 거야?
김대리 :...
최근까지도 회사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일상의 모습이다. 팀장은 질문을 연거푸 해대고 있지만, 온통 가시가 돋쳐있고, 김대리는 진땀을 흘리고 있는 장면이다. 김대리는 아마도 흘린 진땀만큼 팀장과의 거리감이 훅~ 생겨나 있을지도 모르겠다.
좋은 질문하기
코칭에서는 코칭의 진정한 힘은 '질문'에서 나온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고객의 갇혀 있는 생각, 잠들어 있는 의식을 깨우기 위해 코치는 고객의 현재 상태를 뛰어넘는 질문을 통해 고객이 스스로 문제해결을 탐색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고객이 "아하~!..."라는 새로운 깨달음이 올 수 있도록 파워풀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1) 좋은 질문은 간결해야 한다.
질문이 길다는 것은 질문자의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유도질문'이다. 우리가 흔히 국회 청문회를 볼 때 많은 의원들이 하는 질문이 하는 질문이 바로 이 '유도질문'이다. 더욱이 질문 끝에 "예, 아니오라고만 대답하세요..."라는 최악의 조건을 달아 질문하는 것을 너무나도 많이 본다. 이런 질문은 질문이 아니다.
2) 좋은 질문은 '열린 질문(Open-ended Question)'이다.
반대인 '닫힌 질문(Closed-ended Question)'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예", "아니요"로 대답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이에 반해, '열린 질문'은 상대방의 생각을 열어 주는 질문을 말한다. 주로 '어떻게', '무엇을'이라는 단어와 함께 질문하는 것이다. 이 질문을 받은 상대방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좋은 질문은 '맥락적 경청'을 통해서 나온다.
좋은 경청이 있어야 비로소 좋은 질문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좋은 경청을 통해 상대방의 의식의 흐름을 쫓아갈 수 있을 때 비로소 핵심을 건드리는 좋은 질문이 나올 수 있다. 결국, 잘 듣는 사람이 잘 묻는다는 것이다.
4) 좋은 질문은 '발견'을 이끌어낸다.
우리가 대화를 하는 목적은 주로 문제를 해결하고, 좀 더 나은 상황으로의 발전을 위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이야기 한 '닫힌 질문'이나 '유도 질문'을 반복하면 절대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된다. 좋은 질문을 통해 상대방이 스스로 새로운 발견을 해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대화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핵심이 될 수 있다.
열린 질문의 힘
엄마 : 딸~, 이번 시험 성적표 나왔니?
딸 : (...) 어제 받아 왔는데, 깜박했어...
엄마 : 어제 피곤해하더니 잊어버린 모양이구나...
딸 : 그렇게까지 피곤한 건 아니었는데, 깜박해버려서 미안해...
엄마 : 아니 미안할 것까지는 아냐... 어디 보자... 이번 성적이 좀 떨어졌네...
딸 : 미안해...
엄마 : 아냐, 지난 시험과 비교해서 어땠어?
딸 : 좀 어렵기도 했고, 이번에 내가 준비를 좀 소홀히 했어.
엄마 : 어떤 부분이 어려웠던 거야?
딸 : 교과서 외에서 많이 나왔어.
엄마 : 이번에 경험했으니, 다음 시험을 준비할 땐 어떻게 할 거야?
딸 : 교과서 빨리 끝내고, 다른 외부 교재도 미리 챙겨볼게.
엄마 : 이번에 소홀했다는 건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
엄마 : 이미 지난 일이니 받아들이고, 다음에는 동일한 실패가 발생되지 않도록 약속할까?
...
이처럼 좋은 질문, 즉 '열린 질문'은 알려진 바와 같이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계속 의식을 활짝 열어젖히게 하여 숨어 있는 생각들을 끄집어내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상대방 스스로가 불러온 것이기 때문에 이 생각들에 대한 '주인의식'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즉, 이런 '주인의식'은 '실행력'으로 연결이 되는 것이다.
팀장 : 김대리, 이번에 이야기 한 보고서 다 되었으면 같이 이야기 좀 할까?
김대리 : 네, 팀장님
팀장 : 보고서가 아직 마무리가 덜 된 것 느낌이 드는데, 어때?
김대리 : 네, 맞습니다. 팀장님. 사례조사 후 생각 정리가 시간이 좀 걸리네요.
팀장 : 상무님 보고 시간은 잡혀 있고, 어떻게 하면 마무리를 할 수 있을까?
김대리 : 오늘 하루만 더 시간을 주시면, 제가 마무리해 오겠습니다.
팀장 : 내가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김대리 : 제가 정리할 생각의 방향성에 대해 팀장님께서 지금 조금 언급을 해 주신다면 시간 절약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팀장 : 난 내 경험상 결론의 방향성이 ~~~ 했으면 어떨까 싶어...
김대리 : 감사합니다. 팀장님 생각을 참고해서 오늘 늦게까지라도 마무리해보겠습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팀장 :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힘들면 나중에 도움 요청해...
이 대화를 계속 이상적인 이야기라 치부해 버릴 것인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조금은 낯간지럽지만 나의 루틴으로 체화(體化)시켜나갈 것인가? 그 선택의 결과는 나중에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결과로 현실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이 작은 변화와 실천이 가져다 줄 엄청난 결과를 믿고, 우리가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면 지금과 같이 불쾌지수가 극에 달하는 세상이 조금은 아름답고 살만한 세상이 되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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