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훗타 슈고 <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직장에서 일어난 일, 가정에서 일어난 일, 친구나 사회적 관계에서 일어난 일들로 인해 누구나 한 번씩은 경험해 본 적이 있는 현상이다. 나의 경우에 그러하였듯이 대부분 좋은 일보다는 잘 풀리지 않는 일들에 직면해 있는 경우 이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현직에 있을 때 CEO 보고를 앞두고 있는 경우, 나의 보고 멘트와 CEO의 질문 및 답변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티키타카'가 밤새 나의 머리를 맴돌면서 잠을 못 이루고 뒤척거린 기억들이 제법 있는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이런 중요한 일이 아닐지라도 MBTI가 ISTJ(가끔은 ISFJ) 성향을 보이다 보니, 어떤 일을 대하면 그 계획과 계획의 시나리오 하에 일어날 일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요동을 치곤 한다. '파워 J'인 것이다.
특히 최근처럼 퇴직 후,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일로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는 시간 속에서 나의 이런 성향은 극도로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주고 있다. '몇 살까지 더 일을 하고, 연금은 언제부터 받고, 애들은 언제 독립시키고...' 나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의 덤불에서 아주 작은 한 단면만을 잘라내 본 것이 이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시간 찾아왔던 '번아웃 증후군'도 핵심 원인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이 쉽게 증명이 된다.
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
대학원 수업이나 여러 책을 접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불안함'이다.
모든 사람은 누구나 '불안'과 '부정 편향성'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각이 많아지고, 그 후유증으로 찾아오는 무력감에 의해 실행력이 낮아진다고 한다. 이 부정편향성은 원래 진화론적 관점에서 생존을 위해 위험을 감지하는 인간의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기질이지만, 사람에 따라 발현되는 정도는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한다.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경우, 이 불안을 어느 정도 다스릴 줄 아는 힘을 길러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기업경영에서는 'VUCA(Volatile, Uncertain, Complex, Ambiguous)'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모든 환경이 빠르고, 불확실하며, 복잡하고, 모호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늘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잠재되어 있는 위험(Risk)을 찾아내고, 분석하는 것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이런 관성이 나에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탓에 늘 무언가를 도전하려고 할 때 실패요인과 실패의 경우를 자연스럽게 상정하고 분석하다 보니,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일이 흔하다. 하물며, 나의 남은 인생을 대상으로 무언가 결정을 하는 일들을 반복해서 하고 있는 지금은 오죽할까?
하지만, 재미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충격적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실험에서 보여주고 있는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하는 걱정의 79%는 결국 현실화되지 않았고, 나머지의 대부분(16%)도 미리 대비하면 충분히 대처가능한 일들이었다."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정작 우리가 노심초사 시간을 보내는 일들 중 5% 남짓만이 현실에서 실제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김병수 박사는 저서 <아픈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요즘 어른들을 위한 마음공부>에서 우리의 이러한 불안함이 깊어지면 '3대 마음의 독소(毒素)'인 '스트레스, 번아웃, 우울증'으로 연결이 된다고 하였다.
Think Simply
훗타 슈고는 일본 메이지대학교 법학부 교수이자 언어학 박사이다. 그는 언어학, 심리학, 뇌과학을 융합한 연구를 통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TV 프로그램의 전문가 패널로도 활약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그는 "머릿속의 스위치를 끄고 싶을 때 보는 쉽고 간단한 뇌과학 이야기"라는 부제를 가진 <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에서 생각이 너무 많아서 스스로도 지친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심리 처방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책에서 뇌과학적 근거에 의해 짧게 생각하고 빠르게 행동하는 45가지의 단순 사고법을 공개하고 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이론을 나열하기보다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심리적 경험과 사례들을 통해 깨달음 준다는 점이다.
1. 대부분의 걱정은 현실로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습관처럼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리며 끊임없이 걱정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걱정거리의 90% 이상은 실제로 벌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의 불안은 1년 후엔 기억조차 못 한다."는 책 어느 곳의 한 구절처럼, 지금 머리를 싸매고 있는 고민도 시간이 지나면 스르르 희미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간단한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현재의 불안을 과감하게 내려놓을 용기를 얻게 된다. 생각해 보면 불과 몇 달 전 내가 무엇 때문에 밤잠을 설쳤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2. 불안을 없애려 하기보다 받아들이고 행동하라.
저자는 인간이 애초에 불안이라는 감정을 진화적으로 획득하였으며, 불안 자체는 우리를 지키기 위한 본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 "불안해하지 말아야지" 하고 애써 억누르는 대신 "불안과 더불어 살아가야지"라고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또 불안을 느낄 때 오히려 작은 행동이라도 시작해 볼 것을 권장하고 있다. 결국, 불안을 떨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머릿속 걱정을 실제 행동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한다. 예컨대, 걱정되는 일이 있다면 그 결과를 미리 두려워하며 망설일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한의 대비책을 세우고 바로 실천해 보라는 것이다. 생각만 붙들고 있을 때는 막막하던 일도 몸을 움직이는 순간 '의욕의 스위치'가 켜져 집중력이 생기고, 행동을 통해서만 비로소 불안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책은 거듭 강조하고 있다.
3. 결정은 미루기보다 '일단 해보는' 쪽이 낫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사소한 선택에서도 머뭇거리며 시간을 끌기 쉽다. "이걸 하면 어떡하지? 안 하면 또 어떡하지?" 끝없는 고민에 빠져 정작 아무 결정도 못 내린 채 스트레스만 커져가는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저자는 과감한 조언을 던진다. "결단을 내려야 하는 문제는 어떻게 결정할지가 아니라 '결정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어떤 것이든 하겠다고 결정하든 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든, 일단 결정할 마음을 먹는 것이 결국 인생의 만족도를 크게 좌우한다."라고. 차라리 "에라, 모르겠다!" 하며 일단 부딪쳐 볼 용기를 내어 보는 것이 어떨까?
4. 부정적인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법
생각이 많아지면 대개 걱정, 불안, 자기비판 같은 부정적 생각으로 빠져들기 쉽다. 이때 흔히 하는 실수가 "안 돼, 이러면 안 돼...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하고 애써 태도를 바꾸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억지 긍정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미 마음에 부정적 감정의 불씨가 피어올랐다면, 이를 덮어두려고 할수록 우리의 뇌는 더욱 혼란에 빠져버린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차라리 한 걸음 물러나 제 3자의 시선으로 자기감정을 관찰해 보라고 제안한다. 예컨대, 마음속으로 "아, 지금 내가 꽤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고 있는 그대로 묘사해 본 뒤, 슬쩍 생각의 방향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라는 것이다.
실제 최근 내가 하고 있는 코칭에서 많은 고객들이 자신이 만들어 놓은 부정적 신념이나 생각의 덩어리들로 인해 원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를 코칭에서는 '셀프 사보타지' 또는 '사보투어'라고 하는데, 우리 대부분은 경험을 통해 축적된 부정의 신념들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하는 데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 흔한 일상을 살고 있다. 이 경우, 여러 가지 기법을 활용하여 고객 스스로가 자신의 부정적 감정들을 직면하게 하고, 제 3자의 관점으로 객관화시키면서 빠져나오게 하는 흐름으로 코칭을 진행하게 된다. 실전에서 생각보다 효과가 크다는 것을 자주 경험하고 있기도 하다.
때로는 생각의 스위치를 과감히 꺼둘 줄 아는 지혜
서울시에서는 해마다 '멍 때리기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서울시청 앞 잔디밭 광장에서 펼쳐져 오다 작년에는 한강변에서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사실 몇 년 전 이 기사를 접할 때 나는 '이게 뭐 하는 거지?'라는 의문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얼마나 위대한 행위를 겨루는 대회인지를...
"현명한 사람일수록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우리에게 삶의 균형을 위해, 행복을 위해, 때로는 생각의 스위치를 과감히 꺼둘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생각 멈추기'란 나태함이나 포기를 뜻하는 게 아니라, 정작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한 용기 있는 선택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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