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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삶의 향기

by 최코치
아침을 여는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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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아침에 갓 구운 크루아상의 버터 향과 부드러운 커피 한잔에서 음미하는 원두 향은 나의 도파민을 극대로 분출시키는 '행복의 향기'가 된 것 같다. 아침을 시작하면서 오감(五感)중 특히, 후각을 통해 느끼는 행복은 나머지 감각이 가져다주는 행복의 총합을 단연코 넘어서는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뜬 뒤, 처음으로 화장실 문을 열었을 때 밤새 머금고 있던 디퓨저의 은은한 향 또한 나의 몸에서 잠의 부스러기들을 말끔히 털어내 주기에 충분한 것 같다.


때마침 같이 눈을 떠, 잘 잤냐는 가벼운 인사와 함께 하는 나누는, 부드러운 포옹에서 느끼는 아내의 향기는 하루의 안정감을 느끼는 데 차고도 넘친다.




오감 중 가장 예민하다는 후각,
그리고 향기

일상에서 우리 주변의 반려동물들이 유난히 후각이 예민하다는 사실에는 익숙하지만, 실상 우리 사람들의 후각도 오감 중 가장 예민하며, 실로 그 능력이 대단하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살고 있다. 진화론적으로 모두 위험으로부터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자연스럽게 발달한 것이다.


2014년의 한 연구 논문(Humans can Discriminate more than one Trillion Olfactory Stimuli, C. Bushdid)에 따르면, 인간의 후각은 약 1조 가지 이상의 다른 냄새를 인지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다르다고 인지는 하지만, 그것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냄새들인지는 모른다고 한다.


또, 2004년의 한 연구(시각, 청각, 후각, 언어 자극과 기억의 연결 강도 조사, Rachel S. Herz)에 따르면, 후각에 관련된 기억은 언어, 시각, 청각에 비하여 정서, 환기, 명확성, 구체성 모든 영역에서 더 강력한 기억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삶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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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이 있다. 특정 냄새나 감각 자극이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강하게 되살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이 마들렌의 향기를 통해 어릴 적 기억으로 연결되는 내용에서 유래된 말이다.


국내 커피회사가 만드는 격월간 잡지가 있다. 제목이 <삶의 향기>이다. 커피를 색다르게 마시는 법도 있고, 고전에 대한 해설도 있으며, 독자들의 에세이도 실려 있다. 독자들의 에세이는 우리의 시간을 되돌리는 효과가 있다. 그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의 시간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민원기 작가의 <삶의 향기 바람을 타고>에 나오는 서시(序詩)이다.


서시(序詩)

삶의 향기 바람을 타고

아침 햇살이 창문을 두드리고
마음에도 따뜻한 빛 스며드네요
새들의 지저귐 공기 속 수놓는
자연의 아름다움 나를 미소 짓게 해요

손안에 쥔 커피잔의 여유로움
향긋한 향 기분 출렁이게 만들고
사랑하는 이와 미소 속 함께한 시간은
달콤한 향기로 기억되겠죠

노을빛 물든 산자락 바라보며 산책하면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는 것 같아요
밤하늘 별들은 내게 속삭이고
평온한 밤 아름답게 물들어 가요

삶은 아름다운 향기로 가득 차
작은 일상에서도 피어나는 기쁨
행복을 찾을 수 있어요

매 순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리라
다짐하면서 오늘도 미소 지어 보아요

삶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네요


나의 삶은 어떤 향일까? 나의 삶의 향기는 어떠할까?


나의 주변 사람이 나의 곁에 다가왔을 때, 나의 삶의 울타리에 발을 디딜 때 나로부터 맡게 되는 나의 향기, 나의 삶의 향기는 어떠할까?


임서현 작가의 <삶의 향기>이다.


삶의 향기

삶은 찻잎처럼 스스로를 던져
뜨거운 물결 속에서 향기를 피운다.

고요한 찻잔 위에 내려앉은
그윽한 향기 하나,
지나온 날들의 흔적이 되고
다가올 날들의 위로가 된다.

한 잔의 차를 마시며
나는 비로소 알게 된다.
아픔도 기쁨도 모두 스며들어
진한 향으로 익어간다는 것을.

삶이란 결국,
시간의 뜨거움을 품고서 피어나는
한 잔의 향기일 뿐,

그 향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오늘도 나는 차를 따른다.
삶의 향기를 조용히 들이키며,
내 안의 고요한 꽃 한 송이 피워낸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


이제 은은한 하나의 향으로 남을 수 있는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들을 만들어 가야 할 시간이다.




#후각 #마르셀 프루스트 #프루스트 현상 #삶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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