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장사의 시작 015) 원룸 그리고 벤츠
첫 1호점을 오픈하고 남은 돈으로 아내와 함께 살 집을 구하는데 500만원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은 도무지 없었다. 매장과 15분정도 떨어진곳에 영남대학교가 있었고 자취방이 즐비한 곳에 월세가격은 천차 만별이었다. 거의 대부분이 영남대학교 학생들이 거주하는 곳이라 대학교에서 가까운곳에 위치할수록 보증금과 월세가 비쌌다. 나와 아내가 택한 곳은 학교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한 작은 교회 옆 원룸이었다. 오토바이로 이동하면 학교에서 가까운 곳과 가장먼 곳의 차이는 단 2,3분 차이라 위치가 부담스럽지 않았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는 21만원 짜리였지만 학교 앞 가까이에 위치한 곳보다 방이 넓고 쾌적했다. 1호점 오픈을 하고 첫 여름을 맞이한 6월이었다. 장마철이라서 그런지 비가 하루 종일 내렸다. 우리와 같은 로드샵 상권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있는라 주변을 살필 여유가 없어 매장에 입점이 적기 마련이고 바람이 많이 부는날에는 자신의 몸을 추스르느라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어서 매장에 입점이 적기 마련이다. 나는 어느때부터 인가 비바람이 얄밉기 시작했다. 고객입점을 방해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라 일기예보에 비소식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그날도 비가 하루 종일 그것도 아주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고객 입점은 예상대로 거의 없었고 매장 내에서 애써 분주하게 움직이고 윈도우 디스플레이도 바꿔보며 새로움과 동적인 에너지를 만들어 보려고 애를 썼지만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자체가 적었기에 자연의 흐름까지 나의 뜻대로 바꿀 수는 없었다. 매출은 오픈이후 가장 저조한 매출이 나왔고 그날따라 몸도 마음도 무거웠다. 집에 가는 내내 비가 아주 많이 내렸고 아내와 나는 매장 창고 서랍에 넣어둔 우비를 꺼내서 챙겨 입고는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나도 모르게 저조한 매출 때문에 예민했던 터라 무뚝뚝하고 못난 말투가 아내에게는 상처가 되었는지 그날따라 아내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 오토바이를 타고 비를 잔뜩 맞으며 집으로 가는데 신호가 걸려서 멈춰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데 등사이로 따뜻한 물줄기가 느껴졌다. 오픈 후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하다 보니 아내도 지친마음에 나의 말투가 더욱 상처가 되어 나의 등에 기댄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 아내에게 약속을 했다. “ 대진아..나 때문에 니 가 참 고생이 많다.. 오빠가 정말 열심히 살아서 먼 훗날 우리 이 길을 벤츠타고 지나가자..!” 라고 큰소리로 소리질러 말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을 하고 아내는 평소와는 다르게 옷만 가라 입고는 침대에 누어 이불을 얼굴까지 덮고 자려고 애썼다. 나도 지친 탓일까? 마음도 몸도 너무나 무거웠다. 나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에 등을 지고 걸친 채 앉아있었다. 원룸이라 바로앞에 출입문과 신발장이 보였다. 출입문 바닥에 놓여져 있는 아내의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신발의 끈이 풀린 채 서로 포개어져 있는데 빗물과 진흙이 가득 묻은 신발이었다.
마치 우리의 모습 같았다. 비바람에 그대로 노출이 되어 누구의 도움 없이 우리 힘으로 비바람을 이겨 내어야 만하는 진흙이 가득 묻은 초라한 신발과 같아 보였다. 갑자기 너무나 서러움과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북받쳐 올라 왔다 평소 눈물이 마른 줄만 알고 살아왔는데 그날 살면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것 같다. 나도 주체가 안 될 정도로 목청을 터트리면 눈물을 흘렸다. 잠들려고 애썼던 아내는 나의 통곡에 깜짝 놀라서 일어나 나를 보고는 왜 우냐고?,,자기가 되려 미안하다고..말하며 아내도 울기 시작했다. 우리는 한참을 서로 부등 켜 안은 채 많은 눈물을 흘렸다. 아내는 늘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이었다. 동성로 시내에서 직원으로 일 할 때도 늘 나를 기다려주었고, 프로포즈하는 날에도 작업하는 나를 동네 pc방에서 잠들며 기다려주었고, 언제나 나를 기다려주었다. 울고 있는 순간까지도 어쩌면 어딘가에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힘든 생활이지만 나를 믿고 기다려준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실컷 울고는 또 한번 다짐을 했다. 성공하자! 먼 훗날 지금을 되 돌아 보았을 때 똑같은 초라한 현실이 아닌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고 싶었다. 먼 훗날 지금을 되돌아보며 아내와 그때 그랬었지,,그래서 우리가 지금 이렇게 성공한 거야..라고 당당하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다음날 또다시 마인드 리셋을 하고 아내와 더욱 진한 노력을 하며 장사를 했다. 그리고 그 후 .. 2호점 오픈을 하고 매장의 시스템을 잡고 3호점을 오픈을 할 때 우리는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이면 아내와 벤츠를 타고 그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그 시절의 고생과 눈물이 한 번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비가억수같이 내리던 오토바이속의 그날의 아내에게 바쳤던 약속을 하나씩 지켜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