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다신 그러지 않겠습니다

by 무명독자
반성의 현장에 나와있습니다!


마봉 드 포레 작가님.

https://brunch.co.kr/@mabon-de-foret/250

시트러스 작가님.

https://brunch.co.kr/@5858be98dbe243e/131




랜선 파티가 어느덧 4회 차를 맞이했다. 이번 파티 주제는 ‘다신 그러지 않기.‘이다. 다신 그러지 않기라니, 주제가 너무 신선했다. 매일 저녁 차와 함께 하루를 복기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오늘은 하루가 아닌 한 해 동안 무엇을 잘못했는지 복기하는 시간을 갖으며 쑥차와 티라미수 케이크를 먹어야겠다. 케이크는 배고파서 가져왔다. 잘못을 나열하면 한도 끝도 없고, 너무 진지한 글은 또 쓰긴 싫으니 가장 최근에 있었던 소소한(?) 잘못 하나를 써야겠다.


다도 수업을 받은 날이었다. 이날은 대추차가 너무 맛있어서 평소보다 수분섭취를 더 많이 한 날이기도 했다. 수업이 끝날 때쯤에 소변이 마렵다는 감각이 아주 살짝 느껴졌다. 나는 말초신경계 손상 환자여서 비장애인보다 대소변이 마렵다는 감각이 많이 둔하다. 내가 살짝 느껴진 거면 꽤 많이 마렵다는 신호인 것이다. 그래도 여태 경험을 토대로 판단해 봤을 때 이 정도 느낌이면 30~40분 정도는 참을만한 신호였다. 장애인 화장실이 아닌 일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것도 불편해서 선생님께 얼른 인사드리고 차에 탔다. 신호가 걸릴 때마다 아랫배를 만져봤다. 방광에 소변이 가득 차있어 빵빵했고 딱딱했다. 느껴지는 감각도 점점 심해졌다. 이 정도 감각이면 강아지가 소변 눌 곳을 찾으며 빙글빙글 도는 수준의 감각이다. 어찌저찌 잘 참고 주차를 했다.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숫자와 화살표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곧 도착이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림과 동시에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났다. 순간 판단했다. 내가 엘리베이터를 타서 닫힘 버튼을 누르기까지의 시간은 3초, 이웃으로 추정되는 분께서 오기까지의 시간은 5초. 음.. 나는 검지손가락으로 닫힘 버튼을 누르는 선택을 했다. 죄송하지만 정말 급했다. 집에 오자마자 화장실로 갔다. 볼일을 보고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이웃으로 추정되는 분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나라는 놈은 참으로 간사한 놈인 것 같다.


닫힘 버튼을 눌러서 죄송합니다. 사실, 오락실에서 킹 오브 파이터 98을 하듯이 버튼을 눌렀습니다. 다신 그러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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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차와 티라미수 롤케이크


1회 차인 랜선 티파티 때 다식을 올려놨던 저 초록색 접시, 사실 찻잔 받침이었습니다.


접시인 척해서 죄송합니다. 다신 그러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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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