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엔 재능이 없어서요

재활병원 EP.7

by 무명독자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본다.


나 진짜 걸을 수 있을까?


명확한 정답이 없다.

그러나.


“기립대에 아무 지지 없이 혼자 잘 서 있잖아. 못하던 게 이제는 할 수 있게 됐잖아. 이렇게 하나씩 하다 보면 걸을 수 있을 거야^^“





재활병원 입원이래 가장 설레는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가장 긴장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잘 걸어져야 할 텐데.

중심은 잘 잡힐라나.

넘어지면 어떡하지. 아 생각이 너무 많네ㅠ


재활테이블에 걸터앉으니 팀장님께서 내 허리춤을 꽉 잡으셨다. 생각 많이 하지 말고 우선 일어나라는 신호 같았다ㅋ


최대한 정면을 보려고 하고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다.

발목이 움직이지 않지만 보조기를 차고 있다.

“발꿈치부터 닿고 천천히 발가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다음 발을 올리자. 무릎을 생각보다 조금 더 올리자. 안 그러면 발가락이 땅에 쓸릴 수 있으니. “

이 공식?을 계속 머릿속에 주입하면서 내디뎠다.

골반이 뒤로 자꾸 빠지고 자세도 엉성하지만

확실한 건 내가 걷고 있다는 거다.


치료실 안에 있는 환우분들과 선생님들이 신기하게 쳐다보고 계신다. 나조차 신기하다. FES치료를 받고 계신 할머님께서 아이고 잘한다 아이고 잘한다 박수를 치며 응원해 주신 모습이 기억난다. (박수받을 때 정말 눈물이 날 뻔했다.)


5분 정도 걸었을까.

팀장님께서 내가 힘들어하는 걸 보고 말하셨다.

“저기 테이블까지 가면 앉을까요?”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금세 지쳤다.

하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감격스러웠다.


“시선이 자꾸 아래로 향하면서 걷고 있어요. 힘들겠지만 최대한 정면을 보고 걸어야 해요. 한 발을 내딛고 그다음에 발 위치를 보세요. 틀어졌거나 너무 좁거나 하면 다음 발을 내디딜 때 생각하면서 내딛고, 쉬고, 발 위치 확인하고. “


프로페셔널한 팀장님의 조언을 새겨들으니 담당선생님 배치운이 정말 좋았구나 생각이 들었다.

내 담당선생님들 모두가 훌륭하시지만 팀장님의 짬에서 오는 바이브는 정말 남달랐다.

다시 걷기 위한 모든 기반을 팀장님이 다져주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사합니다 팀장님(꾸벅)




재활 스케줄을 마치고 병실에 들어가기 전에 간호데스크에 들러 문의했다.


“혹시 워커 좀 빌릴 수 있을까요?”


휠체어를 타고 워커 좀 빌릴 수 있냐는 말을 하니 간호사 선생님 한 분의 걱정 어린 눈빛을 확인한 나는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아 제가 오늘 재활시간에 팀장님하고 처음 걸어봤어요. 워커에 의지하면서 복도 좀 걸어볼까 해서요. 낙상 조심할 테니 너무 걱정 마세요.”


병실로 들어와 저녁을 먹고 있다.

휠체어 옆에 워커가 세워져 있는 걸 보니 눈에 보이지 않던 발전이 조금씩 보이는 거 같아 흐뭇해하며 밥을 먹었다.


소화를 시키면서 오늘의 재활을 복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하루였다.

그토록 바라던, 꿈꿔왔던 걷기를 한 날이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진부한 말이지만 확실한 깨달음을 얻은 하루였다. 이 재활 과정이 앞으로 장애를 가지면서 보내는 인생의 기초가 될 거 같다는 생각 또한 정신적으로 성장한 거 같아 뿌듯했다.


“요양보호사님. 저 좀 도와주세요.”


바쁜 밥시간대가 지나가자마자 요양보호사님 한분께 부탁을 드렸다. “저 걷는 거 좀 찍어주세요.”


“걸어요!? 정말!?”

놀라시는 요양보호사님을 보니 내가 걷는다는 걸 뽐내고 싶어 빠르게 워커를 잡고 일어났다.ㅋ



시선이 계속 아래로 향한다.

다리로 버틴다는 생각보다 팔로 버티며 걷고 있는 거 같았다. 그렇지만 뭐 상관없다. 고쳐나가면 된다.

중간에 힘들면 휠체어를 가져와 준다는 요양보호사님의 말씀이 오히려 힘이 되었다. 중간지점의 간호데스크를 지나니 신기하게 쳐다보고 계신다. 여러 감탄사와 응원에 힘입어 복도 한 바퀴를 다 돌았다. 시간은 1시간 이상 소요된 걸로 기억한다.


샤워하고 돌아와 찍어주신 동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봤다. 아 맞다!


가족카톡에 보내야지.


”가족 여러분. 제가 신기한 거 보여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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