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이 이용자분들께서 읽으신 책들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이쪽 주변을 정리할 때마다 자꾸 눈에 띄는 이름이 있더라고요. 뭐지 싶었어요.
아니.. 얼마나 귀엽길래?
속으로 ‘네가 그렇게 귀여워? 어디 보자!’ 라며 책을 꺼내봤습니다.
네. 기욤 뮈소. 기욤 뮈소라는 작가예요.
진지하게, 필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귀여운 뮈소“ 이런 식의..(머쓱)
근데 뭐, 당연하게도? 본명이었죠ㅋ
인물사진을 보니 살 빠진 곰돌이 푸우 같기도 하고..
다시 꽂아 놓을 까 하다가 ‘그래도 계속 궁금해하기만 하다가 꺼내본 책인데, 한 번 읽어볼까? 재미없으면 다시 반납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꺼낸 책 그대로 가져와 대출을 했습니다. 제목은 아가씨와 밤.
TMI로 저는 독서할 때, 내가 고른 책에 대한 의리 아닌 의리로 ‘최소 50페이지는 읽어보자.’라는 마음을 갖고 독서를 합니다.
‘지루하지만 더 읽어보면 재밌어질 거 같은데..’하는 책은 100페이지 까지 읽어보려 하고요.
실제로 100페이지 가까이 읽었는 데 흥미를 못 느껴 과감히 책을 덮어버린 적도 많습니다. 여튼..
아가씨와 밤은 읽으면서 느낌이 확! 오더라고요.
‘이거 진짜 재밌겠다!’ 하는 느낌.
50페이지가 넘는 발단의 과정이 지루하지 않았어요.
‘이거 어떻게 전개되려나~’ 하는 순간!
한 문장을 읽고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속으로 ‘엥? 뭐라고? 우와.. 진짜 신박한 전개네.’하며 형광펜으로 그은 문장과 아예 문단 자체를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70페이지가량의 줄거리를 짧게 요약하자면,
주인공 막심은 25년 전 모교 체육관에 시체를 유기한 공범중 한 명입니다. 시체를 유기한 날로부터 25년 후인 오늘날, 체육관이 곧 철거된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졌죠. 철거가 이뤄지면 유기한 시체가 나올 것이고, 범인으로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이니까요. 막심은 이 모든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까 고민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적어도 제가 읽어왔던 소설의 대부분은
“자~ 이제 전개 들어갑니다. 하나 둘 셋! “ 하며 대놓고 얘기하는 거 같은 느낌이었다면,
기욤 뮈소의 아가씨와 밤은
“잔잔하게 가다가 전개가 훅! 들어갈 테니 계속 긴장하고 있어라. “ 하는 느낌이었어요.
누군가에겐 그저 그런 전개의 과정일 수 있지만, 저는 이 문장을 읽다가 육성으로 ‘헙!’ 했답니다. 말 그대로 정말 신박했어요.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
이 소설에도 해당되는 말이었어요.
하.. 막장드라마 같은 결말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렇지만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 준 신박한 전개가, 결말에 대한 아쉬움을 너그러이 용서해 주더라고요. 저는 이 소설을 계기로 기욤 뮈소라는 귀욤 뽀짝 한 작가의 열렬한 팬이 됐답니다.
그리고 기욤 뮈소의 시그니처라고 해야 할까요?
각 챕터마다 작가나 철학가의 명언으로 시작하는 것.
저는 이 시그니처 때문에 책 읽는 재미가 한층 더 높아졌습니다. 다음 챕터에는 ‘어떤 찰떡같은 명언을 인용하며 시작할까!?’하는 설렘도 생기고요.
명언이라는 풍부한 인풋을 소설이라는 아웃풋에 적재적소로 쓸 수 있는 능력! 너무 부럽고 닮고 싶네요ㅎ
근데 이 명언.
철학가나 작가로만 국한돼있지 않더라고요.
‘구해줘’라는 소설의 첫 번째 챕터는
이렇게 시작하더라고요.
그냥 한번 쓱 읽고 지나칠 법한 낙서도 기욤 뮈소는 소설의 소재로 볼 줄 아는 혜안을 가지고 있는 거 같습니다. 너무 멋있지 않나요?!
이 책은 ‘아가씨와 밤’과 다르게 결말까지 재밌게 읽었습니다. 다 읽고 속으로 ‘이번엔 내 느낌이 틀리지 않았군!‘하며 기분 좋게 책을 반납했답니다ㅎㅎ
끝으로, 기욤 뮈소에게 한 마디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너 그냥 개명해라. 섹시 뮈소로ㅋ
추신.
그저 글쓰기를 쉬고 싶지 않았고 저의 이야기를 하루빨리 독자님들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약간의 TMI’라는 제목으로 급하게 브런치북을 오픈했습니다. 근데 이 제목이 자꾸 거슬리고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제가 생각해도 ‘아.. 좀 이상한데..’ 했습니다.
‘이런 식의 글을 써야겠다’라는 초안을 다시 잡고 제목을 수정했습니다. 무명독자의 TMI로요.
혼란을 드린 거 같아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다신 이런 실수 안 하도록 보다 더 신중해지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명독자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