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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하라

아이를 성장시키는 부모의 말투

by 원쌤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슬픈 장면이 나온다. 장난꾸러기 제제가 어느 날 떠돌이 악사로부터 저질스러운 노래를 배웠다. 뜻을 모르는 제제는 수시로 그 노래를 부르면서 즐거워했는데, 어느 날 그 노래를 들은 아버지가 제제의 뺨을 후려쳤다. 그리고 말했다. “다시 한번 불러 봐.” 화난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만큼 영리한 제제는 아픈 뺨을 만지면서 다시 그 노래를 불렀고, 아버지는 또 때렸다. 그리고 다시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 “다시 한번 불러 봐.” 제제는 아픔을 참고 눈물을 흘리며 다시 노래를 불렀고, 화가 잔뜩 난 아버지는 혁대를 풀어서 제제를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고함을 질렀다. “다시 한번 불러봐.” 제제는 아버지의 혁대에 맞아 울부짖으며 계속 노래를 불렀다.

아버지는 제제에게 어떻게 말해야 했을까?

“누가 실내화 신고 밖에 나가라고 했어?” 운동장에서 실내화를 신고 뛰어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교사들이 아이들을 야단칠 때 무심코 하는 말이다. 그렇게 하라고 시키는 사람은 분명히 없기 때문에 아이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불안한 표정이다.

선생님의 말은 '실내화를 신고 운동장에 나가면 안 돼'라는 뜻이지만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같은 일이 끝없이 되풀이된다.


이럴 때 상대방의 입장에서 말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운동장에서 실내화를 신고 다니면 안 된다. 밖에 있는 흙먼지랑 나쁜 균들이 실내화에 묻어서 교실에 들어오니까 너희들 건강에도 안 좋고 교실이 지저분해지거든?”라고 말한다.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과 수고가 필요하다. 간단하게 야단치고 끝낼 수 있는 상황에서 길게 말하는 것이 귀찮고 힘든 일이지만, 그렇게 배운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의젓한 성인으로 자란다.


아름다운 것은 어렵다. 좋은 것은 힘들다.

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겪은 일이다. 운동장에서 쓰레기를 주우시던 교장선생님 근처에서 놀던 아이가 말했다. “교장 선생님, 저기도 있어요.” 교장선생님은 버릇없고 개념 없는 아이들을 개탄하셨다. 하지만 그 아이는 버릇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교장선생님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는 예의 바른 아이였다. 사람들이 얼마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상대를 대하는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아이들은 콕 집어서 명확하게 말해주지 않으면 모른다. 그 교장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얘들아, 우리 운동장을 깨끗이 청소해 볼까?”라고 하셨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들은 신이 나서 같이 쓰레기를 주웠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로 눈치가 없다. 대부분 외동인 경우가 많기에 주변의 형제들을 통해 보고 배울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2~30년 전만 해도 부모님이 화가 나면, 장난치고 다투던 형제들은 재빨리 방으로 들어가서 책을 읽거나 조용히 공부를 하는 등 모범적인 행동을 했다. 그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상황판단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눈치 덕분이었다.


이제는 눈치 있는 아이를 찾아볼 수가 없다.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한 명만 낳아서 잘 키우려는 부모들 때문에 아이들은 눈치를 가질 수 없게 된 것이다.

아이가 어린 동생을 때릴 때, 대부분의 부모들이 “동생을 때리면 어떡하니? “라고 말한다. 그 말속에는 동생을 때리면 안 된다는 의미가 있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생각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그럴 때는 “아기를 때리면 안 돼” 하며 행동을 멈추게 한 다음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차분하게 설명해야 한다.

“동생은 아기라서 아무것도 모르고 몸이 약하기 때문에 크게 다치거나 위험하게 될 수도 있어. 너도 어렸을 때는 이렇게 작고 약했단다.”

무작정 야단만 치면 아이는 엄마가 있을 때는 때리지 않지만, 엄마가 없을 때 때리는 교활한 행동을 하게 된다.


“어떡하니?”라고 말하면 1초 만에 끝나서 바쁜 엄마의 시간과 에너지가 그 순간은 절약되지만,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에서 똑같은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부모는 진이 빠진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일이 틀림없지만,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무심코 말하는 부모의 언어습관을 조금만 고쳐도 아이 키우는 일이 한결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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