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아이를 위한 부모의 지혜
어린 시절에 안방 화장대 위에 있던 돼지 저금통에서 동전을 빼 이불 틈에 감췄다가 혼이 난 적이 있다. 내가 안 그랬다고 딱 잡아뗐으나 오히려 더 심하게 야단을 맞았다. 분명히 아무도 없을 때 꺼냈는데 엄마가 어떻게 알았는지 한동안 궁금해하던 기억이 난다.
진실을 말하면 야단을 맞거나 곤란한 상황이 생길 때 아이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어른들이 거짓말하는 이유와 똑같다. 하지만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겪는 것이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거짓말을 하려면 진실을 인지하고 대안이 될 수 있는 사실을 궁리해 내야 하며,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확신시켜야 한다. 나이에 비해 높은 인지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어린 아기나 동물들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즉 거짓말은 발달의 이정표가 되는 셈이다.
아이의 거짓말을 담대하게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면 아이가 거짓말할 상황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 좋다. “이거 누가 그랬니?” 이런 말은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조장하는 말이다. 자기가 했다고 자랑스레 나서는 아이는 없다. 귀한 물건들은 미리 치워놓고, 큰 문제가 아니면 모른 척 하라. 중요한 문제일 때는 누가 그랬는지 묻지 말고, 정확하게 본 사실만을 말해라. “이거 네가 아까 깨뜨린 거 봤어. “라고 하며 거짓말할 여지를 단호하게 차단해라. “너 또 거짓말할 거야?”라고 묻지 마라. 그런 질문에 “네”라고 대답하는 아이는 세상에 없다.
대부분의 보통 어른들처럼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고 실수를 한다. 아이들이 잘못하고 나서 침묵하고 있을 때는 고집이 세거나,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아이들의 침묵은 사실 정직함을 표현하는 한 가지 방법인지도 모른다. 입을 꾹 다물고 있지만 속으로는 열심히 대꾸하고 있는 것이다.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고 사실을 말하려니 너무 겁이 나서 말을 못 하는 것일 뿐이다.
아이가 거짓말할 때가 정직을 가르칠 가장 좋은 순간이다. 아이가 자신의 거짓말과 잘못을 고백하면 진심을 다해서 칭찬하고 용서하라. “말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정직하게 말해주어서 고마워.” 이런 말을 들으며 자란 아이는 자연스럽게 정직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게 된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또 다른 원인 중 하나가 어른들에게 배우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직접 가르치고 권장하는 부모는 없다. 하지만 어른들의 사소한 거짓말이나 혹은 사회적 관계를 위해 가볍게 하는 거짓말을 아이들은 옆에서 지켜보며 자연스레 배운다.
아이가 거짓말을 할 때, 양치기 목동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모는 많지만, 양치기 목동이 왜 그렇게 자꾸 거짓말을 했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양 떼들이 온종일 풀 뜯는 장면을 어제도 보고, 오늘도 보고, 또 내일도 봐야 할 목동의 심심한 마음, 지루한 삶을 떠올려보자.
내 아이가 거짓말을 잘한다면 양치기 목동 같은 따분한 일이 아닌, 무엇인가 상상하고 창조하는 독특한 일을 권장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